경인운하 18km 물길따라…아름다운 강촌 ‘水鄕8경’ 만든다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위잉∼ 위잉∼.’ 16일 찾아간 인천 계양구 목상가교 아래는 중장비의 굉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이곳에서는 굴착기가 바닥에서 긁어 올린 회색 돌덩이를 부지런히 덤프트럭에 싣고 있었다. 돌덩이를 잔뜩 실은 덤프트럭들이 방수로 밖으로 빠져나간 자리로는 짐칸을 비운 다른 트럭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들어왔다. 2011년 완공될 예정인 경인운하의 일부인 이곳 방수로 건설 현장은 허리를 펼 틈조차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수자원공사 김현식 공사1팀 차장은 “현재 방수로의 폭을 60m에서 80m로 넓히는 중”이라며 “바위로 이뤄진 지반을 폭파해 나오는 돌덩이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길+친수공간’첫실험…생태체험장-테마공원-정원 조성

2011년 말 완공… 수질 오염-생태계 피해 최소화가 숙제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대규모 친수(親水) 공간이 더불어 탄생하게 된다. 인공의 물길을 만드는 1차 목표를 달성하면 지역 주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레저 및 관광 환경이 덤으로 생기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오염되고 시멘트로 덮인 강을 다시 살려내 수변공간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선에서 머물렀다. 경인운하 사업은 복원된 청계천의 3배 정도 길이인 18km의 물길과 주변공간을 함께 만들어내는 최초의 실험이다.

○ 상전벽해를 꿈꾼다

방수로 14.2km 중 지반이 바위로 된 곳은 시천교∼다남교 4km 구간으로 현재 폭을 넓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공사에서 나온 돌덩이들은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을 만드는 데 쓰인다. 방수로 나머지 구간의 폭은 80m로 이미 만들어졌고 수심을 깊게 하기 위해 바닥을 평균 1.6m가량 더 파는 공사를 하고 있다. 김 차장은 “방수로 전 구간에 투입된 각종 중장비는 하루 200대가 넘고 공사 참여 인원도 300명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방수로와 한강을 연결하는 구간도 공사가 한창이다. 논밭 위로 새들이 한가로이 날아다녔다. 논밭에는 방수로가 건설될 위치와 폭 등을 표시하는 노랑, 빨강, 파랑색 깃발들이 펄럭였다. 공사가 완료되면 논밭이 있던 이곳에 물길이 지나게 된다.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는 것이다.



○ 8개 ‘강촌마을’ 조성

경인운하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한국 전통 정원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전망대에서 운하를 내려다본다.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생태습지를 둘러본다. 경인운하 완공 뒤에 펼쳐질 수변 풍경의 한 토막이다. 서해(인천 서구 경서동)와 한강(서울 강서구 개화동)을 잇는 경인운하는 양쪽 끝의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을 비롯해 운하 주변 곳곳에 공원과 레저시설 등이 들어선다. 운하 양쪽에는 자전거도로 등이 조성돼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산책을 할 수 있다.

경인운하 주변에 들어설 친수 공간은 모두 8곳이다. 이들 공간의 이름은 물가에 아름다운 곳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아 강촌마을을 뜻하는 ‘수향(水鄕)’으로 지었다. 경인운하판 ‘수향 8경(景)’이 조성되는 것. 수향 8경은 서해 1경을 시작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차례로 번호를 붙여 한강 쪽이 8경으로 끝난다. 인천터미널(2경)에는 여객터미널과 운하체험 테마공원 등이 들어서며 김포터미널(7경)에는 여객터미널과 함께 수상레포츠 시설과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3경이 들어설 시천교는 경인운하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될 예정으로 나루터와 테마파크, 환경조형물, 광장 등을 만든다. 나루터는 만경원(5경)에도 만들어 시천교 일대와 더불어 수상교통과 운하관광의 거점이 되도록 했다. 한국 전통 정원과 전통 누각이 들어서는 것도 5경의 특징이다. 만경원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역 특성에 맞는 이름으로 바꿀 계획이다.

리버사이드파크(4경)에는 물길에서 40m 정도 높이에 전망대를 만들어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수변 카페와 함께 암벽에 대규모 인공폭포도 만든다. 두물머리생태공원(6경)에는 생태관찰·체험장, 습지 탐방코스 등이 들어선다.

○ 환경피해 최소화 등 과제도 많아

경인운하를 환경 친화적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운하 건설에서 비롯되는 환경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서해에서 담수와 해수가 만나 생태계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수자원공사 등은 ‘전문기관의 평가 결과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경인운하 완공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수질이 나쁜 굴포천 물이 서해로 흘러들면 바다가 오염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굴포천 수질은 3, 4급수지만 직접 살펴본 굴포천 일부 구간과 지류는 겉보기에도 오염이 심각해 보였다.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산소를 강제로 물속으로 주입하기 위해 ‘수중폭기’ 등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수질 관리를 위해 좀 더 입체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지홍기 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한국수자원학회장)는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비료 농약 등 굴포천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과거 수변 공간에 조성했던 인공 구조물을 걷어내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경인운하 주변의 수변 공간도 자연 상태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 교수는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주변의 환경이 개선되는 부수효과가 발생해 지역주민들이 집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등 다양한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문화-레저가 흐르는 명품 운하 만들겠다”▼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전략 거점에 들어서는 경인운하는 시민들의 여가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한국의 브랜드 가치도 향상시킬 수 있는 다목적 명품 운하가 될 것입니다.” 경인운하 건설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김건호 사장(사진)은 23일 “경인운하를 문화와 레저 기능을 두루 갖춘 ‘복합 수변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인운하 수변공간은 어떻게 조성되나.

“시민들이 경인운하를 처음 접했을 때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보기에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옛말처럼 경인운하의 양끝에 짓는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에 분수와 벽천(벽에 설치한 샘), 테마파크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설치할 계획이다.”

―대도시에 있는 강들은 고속화도로가 강변을 점령해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경인운하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나.

“경인운하는 시민들이 물가에 편하게 다가가도록 운하의 전 구간에 자전거 도로와 인라인스케이트 도로, 보행로를 각각 2∼3m 폭으로 만들기로 했다.” ―수변공간 활성화 측면에서 경인운하가 선진국의 운하와 다른 점은….

“유럽이나 미국의 운하가 물류수송 기능에서 출발해 수변 활성화로 진화했다면 경인운하는 계획 단계부터 수변공간 활성화가 포함돼 외국보다 훨씬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여러 운하시설에 전통미도 반영해 한국의 정체성을 부각할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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