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덩어리’ 갈색구름 6월에 가장 심해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황사입자크기 10분의 1

“호흡기 질환-온난화 초래”

해마다 이맘때면 한반도의 대기는 황사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그런데 골칫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갈색구름’이다. 최근 국내 과학자들은 한반도의 갈색구름이 황사가 지나간 뒤인 6월에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는 관측 결과를 내놨다.

보통 구름은 수증기로 이뤄져 있지만 갈색구름의 주요 성분은 ‘에어로졸’이라는 작은 입자다. 가축의 배설물을 태우거나 산불이 났을 때 발생하는 탄소, 산업활동 과정에서 생성되는 황산염과 질산염 같은 오염물질이 에어로졸로 변한다. 중국에서 발생한 에어로졸은 이맘때 서북풍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온다. 이들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에어로졸과 섞여 고도 5km 정도에 두께 약 3km, 너비 수백 km에 이르는 띠를 형성한다. 이 띠는 속에 있는 이산화질소 때문에 갈색을 띤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윤순창 교수가 이끄는 ‘한국 갈색구름 연구단’은 2001년부터 제주도에 관측소를 세우고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물질 입자를 관측했다. 2∼4월엔 황사 입자가, 6월엔 에어로졸이 많았다. 윤 교수는 “6월에 관측된 에어로졸은 평균 지름이 0.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안팎”이라며 “황사입자의 10분의 1 정도”라고 설명했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와 중국 베이징, 일본 시라하마 등 동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갈색구름이 6월에 가장 많이 형성됐다. 연구단은 봄철 서북풍이 많이 불다가 여름으로 넘어가는 6월이면 바람이 약해져 오염물질이 대기에 축적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연구단이 분석한 결과 한반도에서는 에어로졸 때문에 대기가 20W 정도의 햇빛을 추가로 흡수했다. 하루에 대기 온도가 3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에어로졸이 강수량을 줄일 수도 있다. 빗방울이 될 뻔한 수증기를 에어로졸이 가로채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에선 과거 30년 동안 강수량이 약 10% 줄었다. 빙산에 에어로졸이 쌓여 녹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갈색구름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천식 같은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3년부터 ‘아시아 갈색구름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참여한 과학자들은 제주도와 몰디브를 갈색구름 관측 최적지로 꼽았다. 중국과 인도에서 날아오는 오염입자를 측정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대기과학자들은 산업화 속도가 빠른 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를 갈색구름 위험지역으로 주목하고 있다”며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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