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경제-교육 전문가 2인의 교육비테크 컨설팅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6분


《합리적으로 교육비테크를 하지 않으면 자녀교육은 물론 부부의 행복한 노후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6년 서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9%가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30, 40대 응답자 중 대부분이 여유자금이 없는 이유로 ‘자녀 사교육비’를 꼽았다. 진로 컨설팅 전문업체 와이즈멘토의 허진오 팀장과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민주영 수석연구원은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있는지 점검해 교육비를 줄이고, 은퇴 직전 월 예상소득의 70% 이상을 은퇴 후에도 매달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두 전문가의 시각을 통해 실제 두 가정의 경제상황을 진단해 보자. 교육비를 실질적으로 줄여보는 ‘교육비 다이어트’(그래픽 참조) 전략을 통해 노후 대책까지 고려해 보자. 》

교육비가 소득의 20%를 넘어선다? ‘다이어트’ 하세요!

■ A씨

영어 사교육비 줄이고, 여유자산 운용하라

맞벌이 A 씨 부부는 실수령 연봉이 부부 합해 1억3000만 원이다. 유치원생인 자녀를 위해 월 147만 원을 쓰고 있다. A 씨는 딸이 사립초등학교, 국제중학교, 특목고를 거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유학가기를 희망한다. 초등 3∼5학년 때는 2년간 미국 친척집에 머물며 어학연수를 할 계획이다.

A 씨는 자녀가 초등생 때는 영어학원에 계속 보내면서 피아노 개인레슨, 미술학원, 체육, 학습지(5과목), 영어·수학 과외를 시킬 계획. 중학생 때는 학기 중에는 학습지를 꾸준히 하면서 영어·수학 과외를 병행하고, 방학 때 특목고 대비 영어·수학 학원 단과반에 보낼 참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유학 준비를 위해 토플, SAT시험 준비 학원을 보낼 것이다.

# 교육컨설팅 전문가 허진오 팀장의 분석

A 씨는 전체 소득의 약 15%를 교육비로 지출하므로 적당한 수준이다. 소득이 많기 때문에 계획한 대로 자녀를 유학 보내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인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영어 교육비 지출은 과하다. 영어유치원비와 원어민 강사 과외비에 월 108만 원을 쓰는 것은 지나치다. 영어 과외를 줄이고 어학연수 가기 전에 그룹과외 형태로 원어민 수업을 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 경제 전문가 민주영 연구원의 분석

장기적인 교육방향을 결정했다면 시점별로 필요한 자금을 계산하고 그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A 씨의 경우 자녀의 대학입학 전까지 필요한 교육비는 현재의 수입과 지출 규모로 볼 때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딸이 유학하는 시점부터 교육비가 급증한다는 사실이다. 유학자금은 연간 약 6000만 원씩 총 2억4000만 원(유학시점 가치 약 5억6000만 원)이 필요하다. 현재 생활수준을 고려할 때 은퇴 후 생활비와 함께 사고나 질병 같은 위험에 대비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A 씨 부부는 현재 생활을 기준으로 생활비 월 300만 원, 간병비(사고나 질병에 걸렸을 때 드는 치료비) 월 200만 원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은퇴 시점부터 노후를 보내는 데 총 5억4800만 원(은퇴 시점 가치론 25억5573만 원)가량이 필요하다.

교육비와 노후자금을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3억 원에 대한 합리적인 운용계획이 필요하다. 현 자산 중 1억 원을 교육비 마련을 위한 자금으로, 1억5000만 원을 노후자금으로, 나머지 5000만 원은 비상예비자금으로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한 교육비 중 부족한 자금을 위해 매월 137만 원씩 저축·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부족한 노후자금은 3억9800만 원(은퇴 시점 가치론 15억4660만 원)으로, 이를 위해 월 282만 원을 저축·투자해야한다. 따라서 A 씨는 교육비 부족분과 노후자금 부족분을 합해 매월 419만 원을 저축·투자해야 하는데, 현재는 매월 400만 원을 이 용도로 쓰고 있으므로 부족한 자금 월 20만 원을 생활비 조정을 통해 추가 저축하도록 한다.

■ B씨

교육비와 생활비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라

B 씨는 유통업체 기획부서 팀장급. 초등 4학년과 1학년 두 딸이 있다. 2002년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으나 주택담보대출금이 남아 있다. 결혼 전 직장생활을 했던 아내는 자녀 교육을 위해 회사를 그만 뒀다. 부부는 지나친 사교육을 지양하고 독서, 영어, 사고력 수학 등에 집중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B 씨는 두 딸이 공립 초중고를 거쳐 국내 사립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란다.

B 씨는 자녀가 초등생 때는 현재 다니고 있는 수학 학원과 학습지, 피아노, 미술을 꾸준히 시킬 계획이다. 영어는 ‘엄마표 영어’로 가정에서 직접 지도할 계획. 중학생 때는 사교육을 가능한 한 시키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사고력수학학원과 학습지를 병행할 계획이다. B 씨는 “고등학생 때는 내신과 수능에 대비해 학원 종합반에서 공부를 시킬 수밖에 없겠지만 학원 대신 인터넷 강의와 학습지를 병행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교육컨설팅 전문가 허진오 팀장의 분석

연봉 수준으로 볼 때 B 씨는 전형적인 중산층에 속하지만, 저축 없이 생활비를 너무 많이 쓰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저축 없이 생활을 지속하면 교육비가 많이 드는 중고교생 때 가계는 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총소득의 20%가 넘는 교육비도 줄여야 한다. 교육비와 생활비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사교육비를 78만 원에서 60만 원 이하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체능은 미술과 체육 중 하나만 시키는 것이 좋다. 시급한 목표가 있지 않은 교육비(중국어)는 줄이면 어떨까. 중고교생 때 학원 대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계획할지라도, 어릴 때부터 학원에 익숙한 아이는 학원 없이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모를 수 있다. 미리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키워줘야 한다.

# 경제 전문가 민주영 연구원의 분석

자녀가 둘인 것을 감안해도 현재 소득 수준에 비해 교육비 지출이 많다. 첫째딸이 대학에, 둘째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시점(B 씨가 48세가 되는 시점)부터 급등하는 교육비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두 자녀의 초중고교 교육비는 현재 생활비를 조정해 마련하고, 대학 교육비를 미리 마련하는 데에 재테크의 초점을 맞추면 좋다. 두 자녀의 대학교육비를 위해 B 씨는 약 1억1700만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매월 136만 원 정도 저축·투자를 해야 한다.

B 씨의 은퇴 후 부부는 현재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생활비 월 200만 원, 간병비 월 1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므로, 은퇴 시점부터 노후를 보내는 데 총 3억1387만 원(은퇴 시점 가치론 17억634만 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매월 256만 원을 저축·투자해야 한다. B 씨는 현금성 자산 없이 부동산만 있고 대출금 부담도 크기 때문에 교육비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생활비 자체를 줄여 저축을 시작해야한다.

※노후자금은 은퇴부터 사망(남자 81세, 여자 90세) 시점까지 필요한 생활비(현재 생활기준)와 간병비(77∼79세 또는 87∼89세에 질병에 걸린다고 가정할 때 치료비)를 합한 것. 여기에 투자기대수익률(연 8.0%)과 은퇴 후 투자기대수익률(연 4.0%), 물가상승률(연 4.0%)을 반영한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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