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특별시 유지… 4, 5개구로 통합’ 거론

  • 입력 2009년 3월 30일 03시 02분


내달 임시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특위’ 가동

대한민국 지도를 다시 그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2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면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국회 특위를 중심으로 2010년 지방선거 일정과 개편폭 등을 고려해 추진 일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체제 개편의 핵심은 시군구를 통합해 전국을 50∼70개의 ‘통합시’로 재편하는 것이다. 행정구역을 지금보다 광역화하고 광역, 기초단체로 나뉜 행정 계층을 단일화하는 내용이다. 1특별시, 6광역시, 9도, 232개 시군구로 이뤄진 현행 행정 체제는 1896년 도입된 13도제를 기본 뼈대로 한 것이다. 이번에 개편되면 110여 년 만에 행정체제가 바뀌게 된다.

현재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과 민주당 우윤근 의원이 각각 행정제체개편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자유선진당도 이명수 의원 대표발의로 ‘강소국 연방제’로 가기 위한 행정체제 개편안을 30일 내놓는다. 특위에서 이들 3개 안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편방향에는 당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여야 모두 ‘저비용-고효율’ 체제로 돌리자는 데는 공감한다. 행정체제 개편은 17대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서울시 분할 문제와 선거구제 개편 논란이 커지면서 무산된 적이 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 서울시를 쪼갤 것인가

인구 1000만이 넘는 서울은 특별시의 지위를 인정받아 존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25개 자치구를 4, 5개의 통합구로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통합구에 대해서는 구청장 선거도 지금 방식대로 치르게 된다. 노무현 정부 때인 17대 국회에서는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 모두 서울을 5∼9개의 자치시로 분할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서울의 특별시 지위를 유지하자는 의견이다. 600년 고도(古都)로서의 상징성과 수도 서울의 국제경쟁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과 우 의원은 “서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구,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 분할하지 않는 방안을 냈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전국을 6, 7개 권역으로 개편하면서 서울은 1개 권역으로 인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지금 수도 서울의 브랜드가치가 중요하다”면서 “효율성만 따져 서울을 분할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도(道) 살리나 폐지하나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최대 관심사는 도를 폐지하느냐다. 도는 각 당 정치 기반과 지자체장의 생명이 걸려 있다.

권 의원 안은 행정체제 개편의 마찰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를 살리되 국가사무만 맡는 ‘광역행정기관’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권 의원은 “앞으로 광역행정기관끼리 통합하면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5+2 광역경제권과 연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 의원 안은 도를 전면 폐지하자는 쪽이다. 우 의원은 “도를 허물어야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경제·문화적으로 행정구역 개편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안도 경제권을 중심으로 서울, 중부(인천 경기), 서부(대전 충남 충북 전북), 동부(대구 강원 경북), 남부(부산 울산 광주 경남 전남), 제주도의 6개 권역으로 재편하는 내용이다.

현재까지는 도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더 강하다. 도 폐지에 대해 중앙대 행정학과 이규환 교수는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의 완충 작용 역할이 사라져 중앙정부의 입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역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적용 시기, 2010년이냐 2014년이냐

국회 특위는 연내에 법안을 마련해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부터 행정체제 개편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의견을 모아도 지역 간 통합 및 조정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해 2010년 지방선거 전까지 개편이 끝날지는 불투명하다. 새로 통합되는 시의 이름과 시청 소재지는 각 지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또 행정체제 개편과 선거구 재조정이 맞물릴 경우 논의 자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 의원은 “인위적인 시군 통합이 아니라 인접 지역 간 자율적인 통합이라 큰 틀의 선거구 재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논의가 의외로 빨리 진척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선진당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시군을 통합하면 선거구가 없어지는 의원이나 지자체장이 가만히 있겠느냐”면서 “통합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양대 행정학과 최병대 교수는 “국회에서 연내 논의를 끝내도 내년부터 통합 절차에 들어가 2014년 지방선거부터 새 행정체제로 치르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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