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개혁 정부속내 대변?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李대통령 특보 경력… 당연지정제 폐지 등 촉각

“정권의 ‘핵심’과 소통해 국가의 의료보험 독점을 허물고 보험 경쟁체제로 만들겠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사진)의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현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정부의 속내를 대변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당연지정제란 병·의원 개설 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자동 계약을 해 건보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든 제도다. 한마디로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골간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의협은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보건의료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21일 주수호 현 회장을 2.6%포인트 차로 누르고 차기 회장에 선출된 경 당선인은 평소 건보 당연지정제를 비판해 온 인물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동북아메디컬포럼은 지난해 12월 “단일보험체제 때문에 직장인이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등 국민재산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경 당선인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 서울지역 의료계 인사들이 만든 ‘청메포럼’에서 활동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이 후보의 상임특보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런 경력 때문에 “정권 핵심과 소통하겠다”는 경 당선인의 발언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 “의료를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도 경제부처의 주장과 대동소이하다. 경제부처에서는 최근 영리의료법인 허용과 함께 “당연지정제를 완화하고 민영보험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발언의 파문이 확산되자 경 당선인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권의 특정 인사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 원칙을 말한 것뿐이다. 내가 핵심 인사를 어떻게 알겠느냐”며 한 발짝 물러섰다. 경 당선인은 의협 차원의 당연지정제 폐지 전략에 대해서도 “일단 헌법소원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투쟁 수위를 정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는 기존의 원칙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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