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강성노조 상징서 나눔실천 선봉으로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11월.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선언했다. 사측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노조는 파업 예정 시간을 불과 몇 시간 앞둔 11월 20일 새벽 파업을 철회했다. 악화된 경제상황 속에서 파업을 강행할 경우 부딪힐 따가운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강성 노조인 서울메트로 노조의 이 같은 행태는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연례행사처럼 반복됐다. 이전까지 서울메트로 노조는 10차례나 파업에 돌입했다. 쟁의 발생 횟수는 24회나 됐다.

하지만 올해 서울메트로 노조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2월 9일에는 ‘서울시 공기업 노사정 화합·평화 선언’을 했고, 최근에는 민주노총 탈퇴 추진으로 화제가 됐다. 23일에는 사측과 함께 대대적인 사회봉사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정연수 노조위원장은 “이전 노조가 자신들의 이해를 앞세워 툭하면 머리띠를 맴으로써 사회적으로 외면 받았다면 앞으로의 노조는 사회 봉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노조 조합비에서 1억 기금 마련

서울메트로 노조는 우선 조합비 중 1억 원을 사회공헌 기금으로 마련하기로 하고 내부 추인 절차를 밟고 있다.

노조는 이 돈을 지하철 내 보육기관 설립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사용할 계획이다.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116개 역사마다 일반인이 이용 가능한 24시간 보육기관을 설립해 맞벌이 부부 등의 육아 부담을 덜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것.

정 위원장은 “우리가 어떻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운행하는 지하철에 보육시설을 만들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노조가 먼저 앞장서고, 서울시와 정부가 도와준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사측과 함께 ‘역사 내 보육시설 건립 기본 계획안’을 만들고 있으며, 차기 노사협의회에 이를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이 사업으로 1000명 가까운 보육교사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노조는 기대하고 있다.

○ 나눔과 섬김의 문화에 동참

서울메트로 노사 관계자들은 22일 은평구에 있는 ‘은평천사원’을 함께 방문해 원생들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매직쇼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펼쳤다.

앞으로는 전 직원이 이 같은 상시적인 봉사활동에 참여할 계획이다.

노사는 매월 둘째 주를 ‘나눔과 봉사의 주간’으로, 공사 창립일(9월 1일)을 ‘자원봉사의 날’로 지정하고 복지, 농어촌, 저소득층 등 8개 분야로 나눠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부서별로 162개 복지시설과 일대일 결연을 해 맞춤형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농어촌 자매결연 마을도 현재 1곳에서 10개 마을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전기·건축·통신 분야 인력 600여 명이 참여하는 ‘서울메트로 전문기술봉사단’은 홀몸노인 등을 위한 집수리 사업에 나선다.

메트로는 작년 10월 ‘매칭그랜트(임직원이 내는 기부금만큼 기업에서도 동일액을 기부하는 것) 제도’를 도입해 1억6300만 원을 모아 152개 복지시설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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