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취업사관학교]<1>동의과학대 ‘취업약정’ 프로그램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현장이 최고의 강의실” 부산 동의과학대 학생이자 성일에스아이엠 직원인 ‘학생 직원’ 3명이 부산 녹산공단에 있는 본사 공장에서 이 회사 우양호 사장(왼쪽)과 고석조 교수(오른쪽)로부터 제작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우 사장 옆으로 남지훈(1년), 김현중(2년), 김광민 씨(1년). 부산=최재호 기자
“현장이 최고의 강의실” 부산 동의과학대 학생이자 성일에스아이엠 직원인 ‘학생 직원’ 3명이 부산 녹산공단에 있는 본사 공장에서 이 회사 우양호 사장(왼쪽)과 고석조 교수(오른쪽)로부터 제작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우 사장 옆으로 남지훈(1년), 김현중(2년), 김광민 씨(1년). 부산=최재호 기자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직

“공부하면서 돈도 벌어요”

부산 동의과학대 컴퓨터응용기계 계열 1학년 김광민 씨의 휴대전화에는 파도 무늬가 겹쳐진 것처럼 보이는 특이한 사진이 한 장 들어 있다. 남들은 알아보기 힘든 이 사진에 갓 대학 생활을 시작한 그의 꿈이 들어 있다.

그는 특별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그가 있는 곳은 동의과학대 캠퍼스(부산진구)가 아니라 강서구 녹산공단에 있는 성일에스아이엠이라는 회사다.

견학이나 현장실습이 아니다. 그는 대학생이면서 산업용 대형 파이프 굴절 기술을 보유한 이 회사의 정식 직원이다.

동의과학대 신입생 2800여 명 중 32명은 김 씨처럼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했다. 산업현장과 전문계고를 연계해 실시하는 맞춤형 취업교육 덕분이다. 이 회사에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학생 직원’은 12명. 이들은 입학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중국 상하이로 3박 4일의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부서별 업무 적응도 거쳤다.

‘살아 있는 강의실’은 그들을 꿈꾸게 했다. 김 씨의 휴대전화 속 사진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그가 품고 다니는 사진은 비파괴검사에서 어떠한 결점도 잡히지 않는 직장 선배의 용접 작품이다.

“기술력 있는 직장 선배들은 일당이 60만∼80만 원이나 되는 것을 알았다. 이론과 실무를 잘 융합해 최고 기술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김 씨의 말이다.

올해 2년차인 김현중 씨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일감이 넘치는 직장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동의과학대는 2006년 부산지역 공업고등학교 4곳, 중소기업 6곳과 ‘취업약정제’ 협약을 맺었다.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하는 조건으로 고3 때 입학생을 미리 선발한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일자리와 학위가 필요했고, 중소기업은 젊은 현장인력을 원했다.

2007학년도부터 올해까지 100여 명이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했다.

직장상사 ‘현장 겸임교수’… 학점 매기기도

강의는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된다. 일반 대학생과 똑같은 과목을 듣고, 80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학교에서 치른다.

현장에 있는 직장 상사는 ‘현장 겸임 교수’로 이들을 현장지도한다. 직무태도와 성실성, 숙련도를 고려해 3학점을 평가하는 권한을 가진다.

대학은 ‘회사원 학생’을 위해 주요 전공과목을 사이버 강좌로 별도 제작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동의과학대 컴퓨터응용기계계열 고석조 교수는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동영상 참고자료까지 넣어 30∼50분 단위로 강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2008학년도부터 동의과학대는 학생들의 사회 적응에 초점을 맞췄다. 예비 신입생들은 고3 때 외부기관 연수에 보내져 사회생활에 필요한 인성과 예절, 대인관계 기술 등을 배운다. 자기계발 연수 과정은 그 유용성을 인정받아 지금은 동의과학대 전체 학생들로 확대됐다.

1학년 1학기 때 일과 학업의 병행으로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고3 때 대학 1년 수업을 미리 들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학생들은 사이버 수업과 주말, 방학 기간을 이용해 5학점을 미리 듣고 입학했다.

올해 입학한 남지훈 씨는 “용접 부위를 미리 손질할 때 필요한 절삭도구가 효율이 나지 않으면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적용해 절삭도구의 비틀림각을 조정한 다음 다시 시도한다”며 “이론을 바탕으로 현장의 애로를 더 잘 헤쳐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학생 직원인 이들의 연봉은 통상의 잔업수당까지 합하면 연 1800만∼1900만 원 수준이다. 잔업이 많은 공장에 배치되면 3000만 원 안팎을 받기도 한다.

회사는 이들 학생직원을 위해 별도로 연립주택을 매입해 기숙사로 꾸몄다. 매주 수요일은 잔업이 없는 날로 정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고 출신인 성일에스아이엠 우양호 사장은 “회사의 미래가 될 수 있는 공채 기수를 뽑은 것 같아 무엇보다 기쁘다”며 “대학과 기업이 연계한 이런 모델이 확산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의과학대의 취업약정제 프로그램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3년간 진행됐지만 2010학년도부터 지원이 없어졌다. 그러나 이 대학은 가용 예산을 활용해 이 사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올해 4월에도 내년에 입학·취업할 고3 학생을 선발한다.

부산=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동아일보가 ‘내 곁의 취업사관학교’를 찾아갑니다. 고교든 대학이든, 간판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진짜 꿈과 일자리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 현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84%(2008학년도)나 되고, 구직 눈높이와 취업 현실의 괴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시대 변화를 재빠르게 교육과정에 접목하거나 남다른 열정과 아이디어로 취업·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현장을 e메일(jameshuh@donga.com)로 알려주십시오. 바로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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