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군 - 구별 수능성적 15년만에 공개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교과부 ‘서울 강남구 A고, B고…’ 식 분류

학교-학생 이름 지우고 국회의원만 열람케

지역-학교별 학력차 유추가능… 파장클듯

1994학년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된 이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성적 원자료가 시군구별로 공개된다.

성적 원자료를 분석하면 지역간 학력 격차와 지역 내 학력 편차가 드러나게 돼 공개에 따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요청한 수능 성적 원자료의 공개 여부를 법적으로 검토한 결과 대상을 국회의원으로 한정할 경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국회의원에 한해 16개 시도별, 232개 시군구별로 2005∼2009학년도 수능 응시자들의 성적 원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의 서열화를 우려해 학교별 성적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조 의원 측은 “평가원의 공개 준비가 끝나는 이달 말에 원자료를 열람할 예정”이라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자료 유출이나 학교, 지역 서열화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원자료는 열람만=교과부는 성적 원자료 열람을 원하는 국회의원에 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안에서 학교 이름과 학생 인적 사항이 지워진 자료를 열람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원자료는 표준점수와 등급, 백분위 등이 담긴 자료로 응시자에게 개별 통보되는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이를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학교와 수험생 이름을 지운 원자료를 담은 열람용 컴퓨터를 마련했다. 인터넷 등 통신은 일절 안 되고, 열람자가 쓰도록 통계용 프로그램만 깔았다.

열람자는 ‘서울 강남구 A고, B고, C고…’, ‘제주도 서귀포시 A고, B고’ 식으로 분류된 자료를 보게 된다.

이 자료를 분석하면 시도별, 시군구별, 익명의 고교별 성적을 알 수 있다. 강원도의 평균 점수는 몇 점인지, 광주 북구의 평균 백분위는 얼마인지 등을 알 수 있는 것.

또 원자료 목록에 있는 고교별 학생 수를 통해 해당 고교가 어디인지 유추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고교의 성적도 알아낼 수 있다.

열람자는 분석한 자료를 USB 같은 저장장치에 담거나 적어서 외부로 반출한 뒤 발표할 수 있다. 하지만 서열화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는 자료는 반출이 금지된다.

또 열람자는 분석한 자료를 가지고 나오기 전 반드시 평가원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공개 범위는 미정=교과부는 열람자가 분석한 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 수 있게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교과부는 일단 두 가지 정도의 원칙만 제시했다.

학력 편차를 보여주는 것은 괜찮지만 지역과 고교의 줄을 세워서 서열화하면 안 된다는 것과 광역시도까지는 성적을 공개해도 괜찮지만 시군구 단위 성적까지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의 평균 표준점수는 몇 점, 부산은 몇 점’이라는 것과 ‘서울 강남구 내의 고교 간에도 평균 표준점수가 최대 몇 점까지 벌어진다’는 것은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원자료에서 한 군의 고교 성적을 합산해 그 군의 평균 성적을 낸 것을 원자료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분석 자료로 볼 것인지 등과 같이 공개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열람자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경우마다 공개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공개 조건으로 ‘제공된 자료를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하며, 학교나 시군구를 서열화하는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기 때문에 개별 학교의 성적이 공개된다거나 학교별 순위가 매겨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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