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암반층 ‘지하공기’의 재발견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지하공기가 공급되는 유리온실에서 싱싱한 파프리카가 자라고 있다. 지하공기에 함유된 고농도 천연 이산화탄소가 식물 생장과 연료비 절감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서귀포=임재영 기자
지하공기가 공급되는 유리온실에서 싱싱한 파프리카가 자라고 있다. 지하공기에 함유된 고농도 천연 이산화탄소가 식물 생장과 연료비 절감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서귀포=임재영 기자
제주지역 화산암반층에 스며 있는 ‘지하공기’가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합하는 천연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다.

17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 제주농장. 기계실에서 ‘윙윙’거리며 지하공기가 뽑아 올려졌다.

지하 80m에서 나온 공기는 배관을 통해 2만7000m²의 유리온실, 4200m²의 비닐하우스로 공급됐다. 온실 바닥에 깔린 비닐 튜브에서 신선한 지하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공기를 마시고 파프리카,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지하공기의 용도는 천연 이산화탄소 공급에 있다. 지하공기 온도는 연중 13∼20도. 비닐하우스나 축사의 냉난방용으로 시험 공급되기는 했으나 이처럼 천연 이산화탄소 활용은 처음이다.

종전에는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의 이산화탄소 공급을 위해서 실내등유를 땠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다른 유해가스도 함께 들어가는 폐해가 발생했다.

한국공항 제주농장 팀은 지하공기를 냉난방용으로 쓰다 우연한 기회에 고농도 이산화탄소를 확인하고 2007년 11월부터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했다.

지하공기에 함유된 이산화탄소를 유리온실에 공급하면서 연중 6300만 원에 이르는 연료비를 절약했다.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필수요소다. 유리온실인 경우 식물 생장을 위해 별도의 이산화탄소를 반드시 공급해야 한다.

천연 이산화탄소를 공급함으로써 식물 생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제주대와 산학협력 연구 결과 파프리카의 줄기당 열매가 1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도는 1도가량 상승했고 열매 두께도 눈에 띄게 두꺼워졌다.

이 유리온실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는 연간 350t 규모. 생산량 가운데 60%가량이 일본에 수출되고 25%는 항공기 기내식으로 판매된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동아일보 사회부 임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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