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장학’이냐 ‘장악’이냐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서울교육청 “상설 장학반 운영, 입시 등 감시-지도”

특목고 “범죄자 취급… 자율 확대정책 역행” 반발

서울시교육청이 특목고를 1년 내내 감시·지도하는 ‘상설 장학반’을 운영하기로 해 특목고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목고들은 “시교육청의 계획은 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성 확대’ 기조와 정면충돌하는 것”이라며 “상설 장학반은 학교 장악반으로 군림하게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시교육청은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 2개 과학고, 1개 국제고 등 9개 특목고를 전담하는 상설 장학반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상설 장학반은 장학관 1명과 장학사 10명으로 구성돼 특목고의 입시부터 교육과정 운영까지 모든 학사 행정을 철저히 점검하게 된다. 상설 장학반은 특히 올해 특목고 입시 출제위원에서 수학과 과학교사를 배제시키도록 해 특목고 입시에 수학 과학 문제를 출제하지 못하도록 강제할 방침이다.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구술면접 문항수를 줄이도록 하고 시험 후 문항을 공개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특목고들이 상설 장학반의 지도를 어길 경우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적용해 행정적 재정적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시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은 특목고가 사교육 시장 확대와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외국어고 교장은 “상설 장학반을 운영하지 않고 외국어고의 자율 기능에 맡겨도 충분한데도 마치 외고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 자율성이 확대된 ‘자율형 사립고’도 대거 등장하는 만큼 특목고에 대한 과잉 규제 정책도 풀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다른 외국어고 교감은 “정권이 바뀌고 현 정부의 핵심 기조도 ‘자율’로 변했지만 외국어고 정책만 역주행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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