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오물처리장이 왜 경기도에…”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경기도 주민-의회, 서울시에 기피시설 44곳 철거 등 요구

“서초 화장장 주변엔 편의시설 조성하면서…

수십년간 주민 고통… 지원대책 마련하라”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시원한 공항고속도로와 자유로를 달리던 여행객들은 난데없는 악취를 만나야 하는데 그 주범은 바로 경기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에 자리 잡은 ‘서울시 난지 물재생센터 하수처리장’이다.

이곳에는 하수처리장 외에도 분뇨처리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을 뿐 아니라 ‘마포구 폐기물처리시설’, ‘서대문구 음식물 폐기물처리시설’도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주민들은 물론 공항을 빠져나온 국내외 여행객들이 매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2006년 249억 원을 들여 탈취시설을 갖췄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쾌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말부터 ‘주민기피시설 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정문식)를 구성해 서울시를 향해 경기도에 자리 잡은 혐오시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위는 14일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도내에 자리 잡은 서울시의 기피시설 주변 주민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한 데 이어 19일에는 직접 서울시의회를 방문해 지원 조례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수십 년간 지속된 경기도내 서울 혐오시설 문제에 대해 경기도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서울시가 서초구 원지동에 화장장을 짓기로 하면서 1월 초 공원을 비롯한 각종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하고 국립의료원을 이전하는 등의 지원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화장장만 해도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의 서울시 화장장은 23기의 화장로를 갖추고 있으나 원지동은 11기만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대자동 주민들에 대한 지원대책은 거의 없다. 이 일대 주민들은 화장장과 서울시의 공동묘지 때문에 한식과 명절 등에는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에 갇혀 지내야 하는 처지다.

파주시와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 공설묘지는 면적만 526만여 m²에 이르고 이미 만장 상태라 묘지 부근에 사는 주민들의 불편이 상당하다.

양평군에 있는 노숙·부랑인 수용시설은 서울시가 지도 감독할 뿐 경기도나 양평군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아 이곳을 무단이탈한 노숙인이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쳐도 별다른 재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가 분석한 경기도 내의 서울시 주민 기피시설은 장사시설, 폐기물 처리시설, 하수 처리시설 등 9종류의 44개에 이른다.

정문식 도의원은 “서울시의 주민 기피 시설 때문에 수십 년간 주민 고통이 이어졌지만 지원대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예 다른 곳으로 이전하든, 구체적 지원책이 나오든 해야 한다는 게 경기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장사시설은 신규 설치할 때만 주민지원대책이 나오기 때문에 이미 조성된 고양, 파주 지역의 서울시 장사시설에 대해서는 현재 지원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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