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대법관 “시위관련자 보석 신중히 결정” 판사에 전화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을 조사해온 대법원 진상조사단장인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관여를 공식 확인하고 신 대법관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박영대 기자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을 조사해온 대법원 진상조사단장인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관여를 공식 확인하고 신 대법관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박영대 기자
‘쇠고기 시위’ 재판 몰아주기 배당 있었나

96건중 10건 재판부 지정… 사법행정권 남용 소지

‘대법원장 업무보고’ e메일 전달내용 사실인가

본인 생각 가미해 작문… ‘권위’ 빌려 판사설득 꾀해

申, 위헌제청 나흘뒤 헌재소장 예고없이 찾아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당시 개별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대체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관련자 보석 결정이 나자 판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재판 진행을 독촉해 재판 내용과 진행에 모두 관여했다는 것이다.

▽“보석 결정 신중하라” 전화=신 대법관이 지난해 10월 13일 ‘쇠고기 반대 시위’ 사건을 맡고 있던 한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보석을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은 조사 결과 새롭게 확인된 내용이다.

10월 9일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가 이 사건들과 관련해 ‘야간 집회 금지를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했고 하루 뒤 다른 재판부에서는 피고인들 가운데 두 사람을 보석으로 석방했다.

조사단은 10월 13일 시위 주동자들이 보석으로 풀려나 세 결집에 나서고 있고 일부 시민단체가 ‘제2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이 ‘보석 결정을 신중하게 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한 것은 그날 오전 11시였다.

조사단은 이에 대해 “재판의 ‘내용’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e메일도 재판 관여=신 대법관은 10월 13일 오후 형사단독 판사 14명과 회의를 갖고 위헌 제청 이후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신 대법관이 위헌 제청이 있다고 해서 재판 진행을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데에 대체로 일치된 진술을 했다.

신 대법관은 다음 날인 10월 14일 ‘대법원장 업무보고’라는 제목의 e메일을 형사단독 판사 14명에게 보내 “1. 위헌제청을 한 판사의 소신이나 독립성은 존중돼야 한다. 2.(중략)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법원장의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2번 내용은 신 대법관이 본인의 생각을 가미해 작문한 것”이라며 “자신의 평소 소신을 대법원장의 권위를 빌려 판사들에게 전달하고 판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마치 대법원장의 뜻을 전하는 것처럼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신 대법관이 11월 6일, 11월 24일에 재판 진행을 재촉하는 메일을 보낸 것도 모두 재판 진행에 대한 관여로 볼 소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조사단은 사법행정의 한계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며 “재판 관여인지는 발언자의 의도나 상대방의 인식보다는 객관적 외형적으로 보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배당 의혹, 사법행정권 남용=지난해 7월 16개 형사단독재판부 가운데 특정 재판부에 8건이 모두 배당되자 일부 단독판사가 불만을 표출했다. 신 대법관은 7월 15일 단독판사 간담회를 열어 배당 방식을 컴퓨터 자동 배당 방식으로 바꿨고 문제를 제기한 판사들은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7월 16일 이후 접수된 96건의 사건 중 61건이 일반 방식으로 무작위 배당됐으나 25건은 일부 재판부 사이에서 무작위 배당됐고 나머지 10건은 특정 재판부로 지정 배당된 데 대해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사단은 지난해 10월 13일 신 대법관이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을 예고 없이 불쑥 찾아가 만난 사실을 새로 공개했다. 노희범 헌재 공보관은 “신 대법관이 찾아왔을 때는 사건 접수조차 안 됐고 이 소장은 사건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며 “이 소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신 대법관을 만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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