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적 글의 3가지 유형 중
‘reading essay’에 해당
개인체험 ‘personal essay’
전공분야 조사결과 담은
‘research essay’도 두루 연습을
글쓰기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격의 글을 다양하게 써봐야 합니다. ‘분석적 이해-비판적 평가-창의적 적용’이라는 사고의 단계에 맞춰 글을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글의 내용을 분석적으로 이해한 다음 그 결과를 글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요약문 쓰기가 대표적인 예이지요. 긴 글 하나를 짧게 요약해 볼 수도 있고, 대학입시 논술이나 법학적성시험(LEET) 논술에 출제되는 문제처럼 서로 맥락이 다른 두 개 이상의 글에서 공통된 관점을 뽑아 정리해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다른 사람의 글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글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논평문 쓰기가 바로 이 단계에 해당합니다. 앞서 살펴봤던 기준을 활용해 그 글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또 좋은 점은 무엇인지 밝히는 것입니다.
요약문 쓰기에는 자신의 견해가 들어가지 않지만 논평문 쓰기부터는 자신의 견해가 표출됩니다. 자신의 견해를 주도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저자의 견해를 평가하는 것이 논평문의 주된 목적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자기 견해를 주도적으로 제시하는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창적인 주장을 제시하고 이를 깊이 있고 다각적으로 정당화하는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써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단계는 창의적 적용 능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이미 알고 있거나 새롭게 주어진 내용을 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으로 적용한 것이 핵심입니다. 훈련을 위해서는 두 가지 형식의 글을 써보는 것이 유용합니다.
하나는 ‘텍스트 비평형’이라 부를 수 있는 글입니다. 논평문을 더 발전시킨 것입니다. 글에 대한 논평을 기초로 하되 자신의 대안을 더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글입니다. 다른 하나는 ‘텍스트 활용형’의 글입니다. 스스로 설정한 문제 또는 과제로 주어진 문제의 내용을 활용해 해결의 길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사고 능력과 관련해 보면 이 두 유형의 글은 창의적 적용의 두 측면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텍스트 비평형의 글은 새로운 요소를 주어진 글의 내용에 적용해 작성합니다. 자기가 이미 갖고 있는 지식이나 관점을 적용해 주어진 글을 평가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입니다.
반면 텍스트 활용형의 글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의 내용을 적용 또는 활용하는 것이 주요 과정입니다. 즉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를 주어진 글에 적용하거나, 글의 내용을 글 밖의 문제에 적용해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적용 과정을 훈련해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쓰는 논증적 글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개인적 체험에 기초해 형성된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personal essay’가 있습니다. 또 글의 내용에 기초해 형성된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는 ‘reading essay’와 문제나 현상에 대한 조사연구과정을 통해 형성된 주장을 제시하는 ‘research essay’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글들은 ‘글의 기초를 어디에 두느냐’와 ‘글의 목적’을 기준으로 성격을 나눈 것입니다. 이런 구분을 적용해 본다면 앞서 살펴봤던 ‘분석적 이해-비판적 평가-창의적 적용’은 ‘reading essay’의 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단계 모두 글의 내용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학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교육도 대부분 여기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논술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두 종류의 글도 많이 써보고 훈련해야 합니다. ‘personal essay’는 학술적, 이론적 맥락을 떠나 대중적인 글을 쓸 때 많이 활용됩니다. 반대로 ‘research essay’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쓰입니다.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 결과물을 글로 정리할 때에도 이용됩니다.
다음으로 자신의 진로나 전공에 따라 다른 두 종류의 글쓰기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그 분야의 ‘research essay’를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인문학 쪽을 전공하는 학생은 ‘personal essay’에 대한 연습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의사소통교육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