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나를 뛰어넘겠다”…꿈을 찾아 달리는 이색 새내기

  • 입력 2009년 3월 13일 07시 24분


포스텍 화학과 백민우 군 호킹을 닮고싶은 ‘휠체어 청년’

구미1대학 32세 산뜨시리 “이주민 돕겠다” 스리랑카 스님

“꿈에 다가가는 출발점에 선 느낌이죠.”

이달 포스텍 화학과에 입학한 백민우 군(18)은 12일 휠체어를 타고 강의실로 향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백 군에게 ‘포스텍 캠퍼스의 봄’은 특별하다. 경기 안양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입학한 그는 샤르코 마리 투스병이라는 희귀한 근육병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잘 걷지 못한다.

볼펜을 잡고 글씨를 쓰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다른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책을 읽고 노력해 과학과 영어, 한자 등에서 실력을 쌓아 불편한 몸을 이겨내고 ‘포스텍 가족’이 됐다.

화학에 관심이 많은 그는 지난해 여름 포스텍에서 열린 과학경시대회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학교 측도 그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기숙사에 장애인 전용방을 배정했으며 강의실로 오갈 때 차량 통행으로 위험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근육병으로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자 스티븐 호킹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이미 달리기 시작했다. 나 자신과의 대결에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에는 이처럼 ‘꿈’을 찾는 새내기가 적지 않다.

스리랑카 출신의 산뜨시리 스님(32)은 구미1대학 아동복지학과에서 색다른 꿈을 키우고 있다.

5년째 구미에서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를 돕는 그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다문화 가정을 체계적으로 돕고 싶은 게 바람이다. 스리랑카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그는 영어와 한국어를 잘해 동남아시아 출신의 이주여성과 근로자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낮에는 이들을 위한 봉사활동 때문에 야간과정에 입학한 그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것만큼 답답한 것은 없다”며 “이주여성과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영남대 한국어학당에 1년 과정으로 입학한 미국인 에밀리 카셀 씨(24·여)는 한국어 공부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고향인 경남 거제시를 떠나 미국으로 입양된 그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찾고 싶어 한국에 와 2006년 가족을 만났다.

하지만 20년 넘게 마음에 담아 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구의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그는 “엄마와 언니, 오빠를 만났을 때 한국어를 몰라 눈물만 흘렸다”고 아쉬워했다.

그의 꿈은 한국어를 배워 자신처럼 입양된 뒤 한국으로 가족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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