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잠복조까지 배치… ‘게릴라형 시위대’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경찰 배치상황 파악→이동→급습 ‘치밀한 작전’

지하철로 기동성 확보… 경찰 “검거전술 재정비”

경찰 “신용카드 사용 용의자는 전과 6범 거주불명자”

경찰이 9일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9일 이명박 대통령은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해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 같은 강경 대응 방침은 도심에서의 시위가 갈수록 게릴라성으로 변하고 있어 계속 방치할 경우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뛰는 경찰에 나는 시위대=7일 경찰을 집단 폭행하고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박모 경사(36)의 지갑까지 빼앗은 시위대의 총인원은 200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시위 참가자의 수는 줄었지만 조직화된 전술을 구사하는 등 ‘도시 게릴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대에 폭행당한 한 경찰은 “정찰조, 전위부대, 본대, 잠복 정보원 등 마치 경찰 부대처럼 움직인다”고 밝혔다. 박 경사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능숙하게 경찰을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며 “통제 속에서 200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7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에서 경찰 70명이 시위대 200명을 가로막자 일부 시위대는 인도의 군중 속으로 들어간 뒤 경찰 병력 뒤로 이동해 현장 지휘부를 급습했다.

경찰에 따르면 시위대는 경찰 부대처럼 치밀하게 움직인다. 일단 정찰조가 오토바이 등을 타고 다니며 가두행진 장소를 물색한다. 해당 장소의 경찰 배치를 확인하면 전위대가 시위를 시작해 경찰의 대응을 떠본다.

이들 전위대는 이리저리 오가며 경찰을 압도할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한다. 전위대의 연락을 받은 본대는 지하철을 이용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동 중에도 경찰이 많다는 연락이 오면 장소를 바꾼다.

이 과정에서 소위 ‘밥풀데기’로 불리는 정보원들이 움직인다. 이들은 인도의 인파 속을 돌아다니며 시위대와 대치한 경찰 인원, 사복경찰 수 등 동향을 파악한 후 본대에 정보를 제공한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 교통체증 속에서 경찰은 버스로 이동하지만 이들은 지하철로 이동해 속도전에서 밀린다”며 “이들이 현장 지휘부를 공격하는 것을 보면 서울시내 정보과 주요 형사들의 얼굴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속도전 대응’=경찰은 각종 전술을 치밀하게 주도하는 시위대 지도부를 검거하고 동시에 게릴라 전략에 맞설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상습 시위꾼은 200명 정도”라며 “‘누가 더 빠르고, 더 정예화됐나’의 싸움인 만큼 불법 시위자 검거 훈련과 대응전술도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법 시위 종류별 대응책을 세분한다는 것.

김원준 서울경찰청 경비1과장은 “시위 장소가 어디인지, 화염병을 사용하는지 등 불법 시위를 사례별로 나눠 각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매뉴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위대보다 경찰 병력이 적을 경우 무리하게 대처하기보다는 사진 채증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 사후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용의자는 전과 6범=경찰관 집단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혜화경찰서 소속 박 경사를 폭행한 후 지갑을 빼앗아 신용카드를 사용한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검거에 나섰다.

서울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폭행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박 경사의 증언 등을 토대로 밝혀진 용의자는 박모 씨(52). 박 씨는 7일 오후 9시 10분 박 경사를 폭행하고 지갑을 빼앗아 신용카드로 옷과 담배를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1월 4일에도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불법 시위를 벌이다 연행되는 등 6차례 형사 입건된 전력이 있다. 장사를 하다 실패한 뒤 가출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씨의 옛 거주지 등에 형사대를 급파해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박 씨가 용산 참사 추모시위에 자주 참가했는지,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인지 등을 수사 중이다. 또한 경찰은 7일 연행한 불법 시위 참가자 8명 중 홍모 씨(43) 등 4명에 대해 경찰관 폭행과 불법시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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