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가축도 가족같이 대하면 달라져요”

  • 입력 2009년 3월 6일 06시 30분


“소 같은 가축을 단순히 실험대상으로 여기는 것보다 마음을 나누는 가족처럼 느끼는 게 연구에도 중요합니다.”

경북 영주시 안정면의 경북도축산기술연구소에서 일하는 김병기 농학박사(47)는 매일 오전 6시면 90만 m² 크기의 연구소 곳곳에서 사육 중인 소와 닭, 돼지를 1시간가량 둘러본다. 10년째 이어지는 습관이다.

연구소 안에는 소 470마리를 비롯해 토종닭 3000마리, 돼지 500마리, 염소 70마리가 있다.

대구에 사는 가족과 떨어져 연구소 안 숙소에서 생활하는 김 박사는 5일 “동물도 자기에게 얼마나 관심을 쏟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아침마다 둘러보며 얼굴도 비비면서 상태를 살피는 게 연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후 10시까지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축산업이 발전해서 축산농민들이 잘살게 하는 데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 가득하다.

이 같은 생각에는 경북 봉화군에서 어릴 때부터 염소젖을 짜면서 성장한 배경이 한몫을 했다.

1997년 연구소에 들어온 그는 그동안 적잖은 결실을 거두었다. 논문 50여 편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특허 6건 등 13건의 산업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연구 결과물은 책상 위나 학술지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농가소득을 높이는 실용기술로 이어진다. 그동안 개발한 ‘소백산 쑥돈’, ‘쑥한우’, ‘저콜레스테롤 청색계란’ 등의 기술은 축산농가에 지금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가 최근 4년 동안 기업이나 영농조합으로부터 받은 축산기술 이전료로 경북도가 벌어들인 수입은 9800만 원.

이런 연구능력 덕분에 그는 최근 미국의 저명한 인명사전인 ‘마퀴스 후즈후’에 이름을 올렸다. 주로 세계 각국 대학교수들의 연구동향을 알려주는 이 사전에 공무원이 실린 것은 이례적이다.

이 연구소가 한우개량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를 해 2007년 전국 처음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한우 보증용 종모우(우량 정액을 만드는 씨수소)인 ‘경북 1, 2, 3호’를 만드는 데도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33년 대구에서 설립된 경북도축산기술연구소는 1999년 영주로 옮긴 뒤 ‘축산기술의 산실’로 정착되고 있다. 경북은 전국 1위(23%)의 한우사육지인 것을 비롯해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직원 28명 가운데 가축연구를 전담하는 연구원 9명은 한우 개량과 양계, 양돈, 토종가축 유전자원 보존 등 80여 가지 과제를 수행하면서 경북 축산의 미래를 열어 나가고 있다. 그동안 저명한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도 수십 편이다.

박희주 소장(59·수의사)은 “산학연(産學硏) 협력체제를 강화해 연구능력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축산농가에 꼭 필요한 실용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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