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병법과 경영’

◇‘병법과 경영’/정현우 편저/일선출판사

“이승엽 슬럼프이지만 4번타자 변함없다”

올림픽 한국팀 감독은 왜 고집 부렸을까

서구 과학의 전략이 스스로 한계를 드러냈다.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을 기계보다 낮은 차원에 둠으로써 인간을 기계에 종속시켰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의 병법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이 때문. 그 대표적인 예가 손자병법(孫子兵法)이다. 손자병법은 인간의 내면에 뿌리를 두고 과학이 가진 맹점을 비판한다. 오늘날 전쟁의 형태가 바뀌어도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손자병법은 미래에도 계속 읽힐 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의 내용을 논술과 관련시켜 보자.

『(가) 무릇 전쟁을 하는 방법은 적국(敵國)을 온전한 상태로 두고 항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적을 격파하고 항복을 받는 것은 차선책(次善策)인 것이다. 또 적의 군단(軍團)에 대해서도 온전한 채로 두고 항복시키는 것이 최선책이다. 적의 군단을 격파하여 항복을 받는 것은 차선책인 것이다. 대대(大隊), 중대(中隊), 소대(小隊)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백번 싸워 백번을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최선책이 아니다. 싸우지 아니하고 적을 항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선책인 것이다. (36쪽)

(나) 병사가 충분히 교육 훈련되어 있지 못한데 벌칙만을 적용한다면 병사들은 심복(心腹)하지 아니한다. 심복하지 않는 자는 부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병사에 대해서는 온정을 가지고 교육시킴과 동시에 군율을 가지고 통제해야 한다. 평소부터 군율을 바탕으로 믿음을 철저하게 적용하면 병사는 기꺼이 명령에 따른다. 요즈음 기업에서도 여러 조건이 어려운 가운데도 사원들의 휴가를 실시하고 휴가비도 두둑하게 내놓은 기업주가 있다. 그러면 이 사원들은 휴가비와 휴가를 반납하겠다며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아왔다. (101∼104쪽)』

(가)는 ‘적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승리’라는 내용이다. 즉 백전백승(百戰百勝)은 최선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병사의 훈련은 믿음과 사랑으로, 통솔은 엄하게 하라는 내용이다. 온정과 군율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병사들로부터 신뢰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① ‘우리 사회의 기업들의 전략을 비판하고, (가)를 참고하여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 보자.

‘전쟁은 수단이고 목적은 정치적 의도다.’ 프로시아 장군인 클라우제비츠의 말이다. 전쟁을 하는 방법은 적국을 온전한 상태로 두고 항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적을 완전히 격파하고 항복을 받는 것은 차선(次善)에 해당한다. 오늘날 기업은 다른 기업과 생사를 건 경쟁을 한다. 라이벌 기업 간의 과잉 경쟁은 무모한 광고와 경쟁, 세일 등의 많은 출혈을 일으킨다. 그 결과 라이벌 기업 모두 파멸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른다. (가)의 전략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오늘날의 기업에 지혜를 제공한다. 바로 기업 간 경쟁에서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이다. 라이벌 기업의 주력사업을 무너뜨리고 인수를 통한 승리는 차선책에 속한다. 기업 간의 경쟁은 수단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② ‘오늘날 우리 사회의 리더십의 부재 현상을 밝히고, (나)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해결 방안을 사례를 들어 제시하시오’를 만들어 보자.

오늘날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십의 부재’를 외친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정치에서는 관계 장관을, 스포츠에서는 감독을 경질한다. 마찬가지로 부하가 잘못을 저지르면 리더는 사표를 요구한다. 리더의 역할은 당장의 승패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를 믿음으로 세우는 데 있다. 부하에게 책임을 지우고 사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위기를 극복할 또다른 책임을 주는 것이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야구에서 한국팀을 이끌어 우승한 김경문 감독은 진정한 리더의 사례다. 김 감독은 (나)와 같이 ‘믿음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부진했던 이승엽 선수를 4번 타자로 계속 남겨둔 것이 믿음의 산물이다. 이 리더십은 이승엽이 중요한 경기에서 역전 홈런으로 보답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손자병법은 단순한 전쟁 기술서가 아니다. 고전의 병법서가 현대까지 빛을 보는 이유는 인간을 분석했다는 데 있다. 오늘날 병법서가 각 기업에서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병법과 경영’이라는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