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토플주제]보스턴 차(茶)사건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토플(TOEFL)은 ‘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의 약자로, 원래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의 영어능력을 가늠하려고 만든 시험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국제중, 특목고 입시에 토플 점수가 반영되기 시작한 이래 매년 초중학생들의 토플 응시율이 높아지고 있다. 2009학년도 외국어고 입시에서는 영어능력인증시험 점수가 공식적으로 요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이미 상당수가 토플점수를 소지한 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공인점수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그에 맞먹는 실력을 갖춘 학생들도 많다. 2010학년도 입시에서는 대원외고가 전체 420명 중 80명을 특별전형인 영어우수자 전형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어우수자 전형은 영어듣기, 에세이, 내신 성적을 토대로 학생을 선발한다. 토플 공부는 고난도 듣기는 물론 에세이까지 두루 실력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므로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시험에 도전해볼 만하다. 요즘 초중학생 가운데는 모의고사 한두 번만 풀어보고도 120점 만점에 110점 전후의 고득점을 올리는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대개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하면서 독서를 통해 토플에 출제되는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초중학생은 낯선 내용들 때문에 영어지문을 더 어렵게 느낀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면 토플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야 한다. 이에 따라 오늘부터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토플 주제’ 코너를 신설한다. 이 코너에서는 위키피디아(Wikipedia) 백과사전에 오른 지식들을 통해 인문, 사회, 예술 등에 걸쳐 토플 빈출 주제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바다에 버려진 차 45t, 미국혁명의 전주곡을 울리다

보스턴 차 사건?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게 무슨 다과회 이름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보스턴이 미국 동부에 있는 도시라는 걸 아는 사람은 ‘흠, 보스턴에서 하는 다과회로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미국 독립전쟁의 서막이 된 사건이라는 사실을 알 정도의 학생이라면 이미 토플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자, 자신이 지닌 지식의 현 상태를 확인했다면 본격적으로 내용을 살펴보자.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서는 ‘보스턴 차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The Boston Tea Party was an act of direct action protest by the American colonists against the British Government in which they destroyed many crates of tea belonging to the British East India Company and dumped it into the Boston Harbor. The incident, which took place on December 16, 1773, was a major catalyst of the American Revolution and remains an iconic event of American history.’

즉, 1773년 12월 6일 보스턴 항구에서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 주민들이 영국 동인도회사의 차 상자를 바다에 던져버린 일로, 미국이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르는 데 촉매제가 됐던 역사적 사건임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 내용, 결과에 대해 차례대로 살펴보자.

■배경

17세기 유럽에서 차가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면서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에서도 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영국 의회는 미국이 영국과 영국 소유의 동인도회사를 통해서만 차를 수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무거운 세금과 관세를 매겼다.

이에 미국인들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던 네덜란드에서 차를 밀수입했다. 그런데 당시 최대의 차 시장은 바로 영국이었기 때문에 밀수입된 차는 미국보다 영국으로 더 많이 흘러 들어갔다.

1760년대에 접어들어 영국은 세수입을 늘리려고 식민지 미국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고자 했다. 미국인들은 영국 의회에 대표권이 없으므로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반발하며 영국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이런 사건을 겪으면서 영국 동인도회사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차 조례(Tea Act)’를 만들어 동인도회사가 미국에 직접 차를 수출할 수 있게 하고, 이때 부과되는 관세를 모두 면제해줬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동인도회사의 차는 미국의 경쟁 상인이나 밀수업자들의 차보다 싼 가격에 팔리게 됐고, 동인도회사는 미국시장에서 독과점을 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내 경쟁 차 상인들이나 밀수업자들은 이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내용

1773년 11월 말 동인도회사 소유의 차를 실은 배가 보스턴 항에 닻을 내렸다. 보스턴과 주변지역에서 온 시위자들은 점점 늘어났고, 정치가이자 이후 미합중국의 건국 시조 중 한 명인 새뮤얼 애덤스가 주도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는 차를 항구에 내리지 못하도록 항의했다. 이들은 영국의회와 정박해 있던 배, 동인도회사, 심지어는 보스턴을 다스리던 토머스 허친슨을 향해서까지 불복종을 외쳤다.

1773년 12월 6일 저녁 동인도회사가 소유한 3척의 배 둘레로 8000여 명의 시위자가 모여 들었다. 애덤스가 이끄는 시위대는 모하크 인디언으로 위장한 채 배에 올라타 다음 날 새벽까지 배에 실려 있던 45t에 이르는 차를 모두 바다에 던져버렸다.

■결과

결국 차 조례는 1778년 폐지됐다. 식민지 미국에 호의적이던 영국의 정치인들도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적대적으로 돌아섰다. 벤저민 프랭클린을 비롯한 일부 상인들이 차 값을 보상하고자 했으나 당시 영국 총리는 이를 거절했다. 그 대신 보복조치로 보스턴 항을 봉쇄하고, 1774년 징벌적 법안을 통과시켜 영국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하고자 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이 법안이 자신들의 권리를 구속한다고 보고 조직적 항의에 돌입했다. 이는 결국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장보숙 영재사관학원 예스영어사관 평촌본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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