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화예술 新요람]<상>창작공간 변신한 남산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8분


1990년대 중반까지 안기부 요원들의 실내 체육관으로 쓰였던 남산창작센터는 2007년 9월 문을 연 뒤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 국내 대형 공연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동숭아트센터 단원들이 코믹 무술 퍼포먼스 ‘애니 비트’의 연습에 한창이다. 김재명 기자
1990년대 중반까지 안기부 요원들의 실내 체육관으로 쓰였던 남산창작센터는 2007년 9월 문을 연 뒤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 국내 대형 공연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동숭아트센터 단원들이 코믹 무술 퍼포먼스 ‘애니 비트’의 연습에 한창이다. 김재명 기자
안기부 떠난 자리 ‘미래의 스타’ 구슬땀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문화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서울시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문화가 발전하면 사람이 모이고, 우수한 사람이 모이는 도시는 경제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화시정’을 기치로 내건 민선4기 서울시는 지난해 ‘컬처노믹스’ 전략을 발표했다. 문화를 원동력 삼아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겠다는 것. 시는 그 전략의 일환으로 폐건물 등을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본보는 문화가 현실로 바뀌는 현장을 3회 시리즈로 연재한다.》

남산창작센터, 국내 최대 공연연습장으로

옛 안기부장 관저에선 매주 문학관련 행사

지역 예술집단 중심 남산비엔날레도 검토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일. 남산 중턱인 서울 중구 예장동에 있는 ‘남산창작센터’ 실내에서는 젊은 예술인 10여 명이 연습에 한창이었다. 뛰고, 구르고, 몸을 날리는 이들의 표정은 밝으면서도 무척 진지했다. 이들은 내달 17일 중구 명동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코믹 무술 퍼포먼스 ‘애니 비트(Any Beat)’ 공연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이들이 연습을 하는 ‘남산창작센터’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군부독재의 상징인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요원들이 실내 체육관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남산 하면 여전히 음습함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요즘 남산은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서슬 퍼런 남산이 문화 예술 벨트로

서울시는 2000년대 중반까지 실내 테니스장으로 쓰이던 이곳을 리모델링해 2007년 9월 대형 공연 전문 연습실로 바꿨다. 연습실 3개, 음악연습실 3개, 샤워실과 탈의실, 그리고 최신 음향 장비까지 구비했다.

2007년 9월 문을 연 남산창작센터는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 대형 공연의 요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제1연습실은 무대 면적만 315m²로 공연 전용 연습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명성황후, 노트르담 드 파리, 돈 주앙 등 대형 뮤지컬과 라 트라비아타, 투란도트, 아이다 등의 오페라 공연의 연습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한 번에 100명이 넘는 인원이 세트까지 갖춰 놓고 동시에 연습을 할 수 있다. 더구나 대관비는 강남이나 대학로에 있는 연습장의 3분의 1 정도다.

○ 남산 예술 축제, 비엔날레도 검토

남산창작센터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서울유스호스텔이 나온다. 이곳은 예전 안기부 본관으로 쓰던 곳을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호스텔로 변경한 것이다.

여기서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정원이 딸린 2층 단독 주택이 보인다. 이 집은 안기부장이 사용하던 관저다.

시는 안기부가 떠난 뒤 한동안 버려졌던 이곳의 내부를 고쳐 2001년 가을 시민들과 문인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문학의 집, 서울’로 만들었다.

‘문학의 집, 서울’에서는 ‘음악이 있는 문화마당’과 ‘수요문화광장’ 등 매주 다채로운 문학 관련 행사가 열린다. 20일에는 고 이형기 시인을 기리는 ‘음악이 있는 문화마당’이 열렸다. 3월 25일에는 소설가 이문열 씨를 초빙해 시민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서울시는 5월에는 서울예술대가 학교 공연장으로 사용하던 ‘동랑예술센터’를 ‘서울시 드라마센터’로 리모델링해 서울시민 모두를 위한 공연장과 공연연습장으로 재탄생시킨다. 또 강의실로 쓰던 건물에는 문화예술 교육센터를 만들어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한다.

시는 인근 남산 애니메이션센터와 만화의 집, 2007년 남산한옥마을 내에 개관한 남산국악당 등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인 남산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서울 도심 곳곳이 문화 창작소로

남산뿐 아니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버려진 공간이 문화 예술 창작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만 해도 6곳의 창작 공간이 문을 연다. 마포구 서교동 주민센터(옛 동사무소)는 4월 24일 전시장과 다목적 발표장을 갖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다. 영등포 문래동과 금천구 독산동, 성북구 종암동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인 ‘아트 팩토리’가 건립된다. 주택가인 서대문구 연희동에는 문인들을 위한 집필실이, 상권이 약해진 중구 신당동 지하상가에는 스튜디오와 공동작업장을 갖춘 ‘창작아케이드’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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