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편견 깬 임실-울릉-양구… 그 뒤엔 ‘3가지 비결’ 있었다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 대도시 제친 시골 초등학교

전북 임실 방과후 학교서 1대1 지도… 社-科-英학력미달자 ‘0’

경북 울릉 개개인 눈높이 교육… 수학 학력미달자 ‘0’ 전국 유일

강원 양구 사회 학력미달자 ‘0’… 수학 서울강남 이어 2위 두각

역시 교장의 리더십, 교사의 열정, 그리고 방과후 학교와 지역 특성화 교육에 해답이 있었다.

16일 공개된 전국 180개 지역 교육청별 초·중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전북 임실군, 경북 고령군과 울릉군, 강원 양구군이 대도시 지역을 제치고 탄탄한 기초학력을 증명해 보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임실의 자신감=전북 임실교육청의 캐치프레이즈는 ‘도시에서 시골로 유학 오는 임실교육’이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농촌 지역이지만 실력은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임실은 낙농업과 고랭지농업을 주로 하는 인구 3만1000여 명의 전형적인 농촌. 초등학교는 모두 14곳으로 1400여 명이 다닌다.

임실 6학년생들은 사회, 과학, 영어 3개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단 1명도 없는 진기록을 세웠다. 국어와 수학도 미달 비율이 각각 0.8%와 0.4%에 그쳐 전국 평균(2.5%, 1.7%)보다 훨씬 낮았다.

비결은 바로 맞춤형 교육. 소규모 학교라는 장점을 살려 ‘개별지도’를 강화한 게 결실을 봤다.

임실지역 초등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방과후 학교를 거쳐 오후 6시까지 보육교실에서 교사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사설 학원이 많지 않고 학원비가 비싼 데다 부모가 농사에 바빠 돌볼 시간이 없다는 농촌 현실을 고려해 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각 학교에 보육교실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보충해 주고 자연스럽게 일대일 교육이 이뤄져 과외 못지않은 효과를 냈다.

‘기초학력 책임지도제’를 도입해 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담임교사가 의무적으로 보충학습을 하도록 했다. 도시학생을 유치하는 ‘섬진강 참 좋은 학교 만들기’ 프로그램도 자극제가 됐다. 도시 학생이 찾아오는 학교에 다닌다는 자부심 때문에 아이들은 더 열심히 공부했다.

농촌 지역 취약 교과인 영어교육 강화를 위해 2007년 전국 최초로 영어체험학습센터와 생활관을 지었다. 학생들은 연간 두 차례 학습센터에서 2박3일씩 합숙하며 원어민교사와 담임교사가 함께 지도하는 ‘Co-Teaching’ 수업을 받는다. 그동안 학습센터를 다녀간 학생은 1만 명이 넘는다.

교육청은 연간 3억5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원어민 교사 10명을 확보하고 영어능력인증제 등 45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임실에 사는 필리핀 이주여성들을 3개월 교육한 후 모든 초중학교에 배치해 원어민 교사로 활용하고, 다문화가정도 지원하는 이중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강석곤 임실교육청 장학사는 “방과후 학교와 보육교실 등을 운영하면서 아이들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소규모 학교라는 농촌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도시 학생보다 실력을 더 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개개인에 맞춘 눈높이 교육=경북 울릉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6학년 수학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다.

울릉교육청 김영윤 장학사는 “관내에 6학년 학생수가 63명밖에 되지 않아 학생 개개인에 맞는 눈높이 지도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에 중3 학생 125명이 응시한 고령 지역은 영어(2%)와 수학(6.8%)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고령은 2006년 3월부터 군립 무료학원인 ‘대가야 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교생까지 180여 명이 이곳에서 방과후 특별수업을 받는다.

강원 중소도시들도 초등교육에서 강점을 보였다.

양구교육청은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기초학력 미달자가 1명도 없는 반면 수학 ‘보통 학력 이상’ 비율(91.9%)은 서울 강남(93.6%)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영월교육청은 국어 ‘보통 학력 이상’ 비율(91.4%)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동해교육청은 과학(93.3%)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임실=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양구=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교육특별시’ 위신 깨진 서울

고1 기초학력미달자 12.2%… 제주 3배 수준

강남은 예외… 초6-중3 전과목서 성적 월등

교육과학기술부가 16일 공개한 2008학년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서울의 성적이 의외로 낮게 나왔다. 이 지역에 경제력과 사교육이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거의 ‘굴욕적’인 수준이다.

서울의 고1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12.2%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충남(12.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비율이 가장 낮은 제주(4.4%)에 비하면 거의 3배나 높은 것.

중3의 기초학력미달자 비율도 12.8%로 가장 높았다. 초6의 기초학력미달자 비율도 2.7%로 경남(2.9%)에 이어 충북, 제주와 함께 2번째로 높았다.

서울의 초6·중3·고1 전체 기초학력미달자 비율은 1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보통학력 이상은 해당 학년에 요구되는 기본 내용을 50% 이상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은 고1 학생 중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54.4%로 12위에 그쳤다. 1위를 차지한 제주(73.6%)와는 19.2%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중3은 56.4%로 11위였으며 1위 대구(66%)와 9.6%포인트의 차이가 났다.

초6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81.0%로 7위에 오른 것이 그나마 가장 나은 성적이었다.

과목별로도 서울은 사회와 과학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초6·중3·고1 모두에서 가장 높았다. 중3의 경우 사회, 과학뿐만 아니라 국어까지 미달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서울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은 그만큼 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교육당국과 학교의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교과부 심은석 학교정책국장은 “대도시는 학교 규모가 크고 학급당 학생수가 많아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제대로 돌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부모 주도하에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학교와 교육 당국의 관심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반대 속에 평가를 치르면서 백지답안을 내거나 엉터리로 답안을 작성한 경우가 많았던 것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서울 내에서 교육열이 높고 사교육 혜택이 많은 강남, 목동, 중계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 ‘트라이앵글’ 지역은 다른 곳보다 성적이 좋게 나왔다.

특히 강남의 성적은 월등했다. 강남은 모든 과목에 걸쳐 초6·중3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서울에서 가장 적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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