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린 레지던트가 얼차려주면 어쩌죠?”

  • 입력 2009년 1월 24일 02시 56분


■ 인턴수련 앞둔 의학전문대학원 1기 ‘우려와 희망’

의대 출신들보다 3~10세 많아 ‘갈등’ 걱정

“목표 뚜렷… 상명하복 분위기 쇄신” 기대도

병원 임상 수련을 위한 인턴 지원 마감일인 23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예정자인 강지형(34·여) 씨는 인턴 원서를 접수시키고 돌아서는 길이다. 그는 2월 말부터 예비 의사로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에 투입된다. 강 씨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의전원 졸업은 의사가 되기 위한 시작일 뿐이죠. 의사로 전공을 바꾼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정신과나 가정의학과를 선택해 ‘벽이 높지 않은 의사’ ‘환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간적인 의사’로 일하고 싶습니다.”

강 씨는 신문방송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유학을 가서 박사 공부까지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박사 학위를 받고도 직업이 불안정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섰다. 그는 29세에 장래를 바꾸기로 결단을 내렸고 30세 때 의전원 1기에 도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4년간의 의전원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매달 2, 3과목을 배우고 시험을 쳤다. 수업은 오전 9시에 시작해 쉬지 않고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달려가 오후 10∼12시까지 책과 씨름했다. 그는 8, 9일 치러진 의사국가시험(국시)을 통과했다.

요즘 강 씨는 의전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인턴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국시에서 의전원 졸업생들이 전원 합격했다는 소식이 무엇보다 기쁘다. 의대생과 의전원생 간 갈등은 항상 뜨거운 이슈였다. 의대 교수들이 의전원생과 의대생의 수준을 자주 비교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의전원생을 가르쳐 본 의대 교수들은 “의전원생의 학습능력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한다.

조영욱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육지원실장은 “대학 졸업 후 의사의 길을 택한 의전원생은 목표의식이 뚜렷해 열의를 가지고 공부한다”고 말했다.

의전원 졸업생들은 앞으로 시작될 인턴·레지던트 수련에 대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수련 과정은 상명하복식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의전원 졸업생의 평균 나이는 30, 31세로 의대 졸업 후 바로 인턴 과정을 밟는 수련의에 비해 3∼5세나 많다. 1기 중 최고령자(40·건국대)의 경우는 나이차가 10세 이상 나게 된다.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이용환(35) 씨는 “실제 임상에 투입되면 나이 어린 선배 레지던트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배워야 할 텐데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적지 않을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또 인턴 과정을 끝낸 후 레지던트에 지원할 때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의전원 졸업생의 임상 수련이 오히려 상명하복식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30대 후반으로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할 예정인 구재은 씨는 “의전원 출신이 들어가면 엄격하고 딱딱했던 임상 수련 분위기가 다소 융통성 있고 부드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의전원 졸업생은 진로에 대한 고민도 의대 졸업생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의사 희망자가 절대 다수지만 과거 전공을 살려 다른 분야로도 적극 진출하려는 졸업생이 많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이용환 씨는 의학전문변호사로 일할 계획이다. 이 씨는 국시가 끝난 후 의료전문 법률사무소를 찾아 의료전문변호사의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그는 “전문의가 되려면 앞으로 5년 더 수련 과정을 밟아야 하는 점이 부담스럽다”며 “의료전문 변호사가 더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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