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탐방 세계로… 미래로…]서울예술대학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서울예술대는 2001년 경기 안산에 새 캠퍼스를 완공하면서 캠퍼스 이원화를 마쳤다. 안산캠퍼스는 예술교육 전문공간으로,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캠퍼스는 예술체험 전문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국내 최고 예술 교육기관으로서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예술대
서울예술대는 2001년 경기 안산에 새 캠퍼스를 완공하면서 캠퍼스 이원화를 마쳤다. 안산캠퍼스는 예술교육 전문공간으로,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캠퍼스는 예술체험 전문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국내 최고 예술 교육기관으로서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예술대
유치진
마에스트로 예술혼 키우는 동랑의 후예들

프로덕션과 연계된 실기교육 강점

방송 - 연극계 스타급 동문들 즐비

작년 전공심화과정 도입 ‘제2도약’

“예술의 노예가 되어 창작하고 연습하고 훈련하라.”

서울예술대는 실기 교육을 중시하는 젊은 예술인들의 요람을 표방하고 있다.

1961년 동랑 유치진(東朗 柳致眞) 선생이 설립한 드라마센터와 한국연극연구소 및 부설 연극아카데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서울예대는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견줄 수 있는 창의력과 기예(技藝)를 연마하는 학교로 성장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예대는 지난해부터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을 마련하고 제2의 도약을 시작했다.

서울예대는 창학 50주년을 맞는 2012년까지 △세계적인 예술대학 실현 △연계-순환-통합 교육 실현 △산학협력의 강화 △예술과 첨단 과학의 융합 및 응용 등 4대 목표를 세우고 학교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예대는 지난해부터 전 학과를 3년제 과정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다원화 학제 시스템을 도입해 3년제 전문학사 과정을 4년제 학사 과정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또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미디어창작학부, 공연창작학부 등)은 장르의 폭과 학문적 깊이를 보강해 대학원 석사 과정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 원서는 2월 13일까지 접수한다.

▽학제 시스템 다원화=전공심화 과정은 전문대를 마치고 현장 경험을 쌓은 뒤 심화 과정을 이수하면 정규 4년제 예술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과정이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전공심화 과정 모집에는 147명 정원에 249명이 지원해 1.5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영화배우 길용우 박상원 안재욱 성지루 최종환 김정균 씨, 연극배우 서인화 이석현 서설희 씨, 뮤지컬배우 남경주 최정원 씨, 영화감독 장진 씨, 개그맨 김경식 씨 등이 전공심화 과정 첫 수강생으로 입학했다.

정중헌 방송영상과 교수는 “교육 창작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학제 간, 장르 간, 전공 간 연계·교류·순환·통합 교육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며 “의과대와 부속병원의 관계처럼 예술 교육과 프로덕션 작업이 연계되는 산학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예대는 실기 중심으로 장르의 폭을 넓히면서 전공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론 교육과 창작 활동을 접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연구소, 스튜디오, 쇼케이스 등 각기 다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장르 간 경계를 허물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첨단 과학과 예술이 접목돼 전문화되는 과정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대학원식 ‘마스터 클래스’ 제도를 전공심화 과정에서 운영하고 있다.

마스터 클래스는 단순 지식이나 기술을 전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에스트로(장인·匠人)의 예술혼을 배울 수 있도록 교수 1인당 최소한의 학생을 배정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한 유덕형 학장은 “장인의 철학, 예술의 해석, 사회나 다른 장르에의 영향을 보고 느끼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예술 차원을 몇 단계 높일 수 있는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화 전진기지, 뉴욕 컬처허브(culture hub)=서울예대는 전 세계적인 실험 예술단체인 뉴욕 라마마센터에 ‘서울예대 컬처허브’를 두고 있다.

서울예대는 이를 문화 거점으로 활용해 화상 강의는 물론 원격 워크숍을 상시 운영한다.

서울예대는 컬처허브를 안산캠퍼스 예술공학센터(ATEC), 남산캠퍼스 예술창조센터(ACC)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세계 예술 사조를 파악하고 학교 교육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기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유 학장은 “컬처허브와 센터 간의 연계를 통해 산학협력과 예술창작의 역동적인 기운을 만들어 내겠다”며 “21세기 새로운 예술 교육과 창작의 혁신 에너지로 승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서울예대는 해외 문화 예술 기관과 자매결연을 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을 통한 학생 창작품의 교환 전시, 공연 같은 교류행사를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자매결연 학교는 중국희곡학원(中國戱曲學院), 미국 롱아일랜드대, 노스리지 캘리포니아대, 캘리포니아예술대(CalArts), 채프먼대 도지칼리지 등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채프먼대 학생들과 서울예대 학생들이 양국을 서로 방문하여 같은 주제로 영화를 각각 제작한 뒤 원격시스템을 통해 동시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박충 부학장

“학생들의 ‘끼’ 깨우쳐주는게 최고 예술교육”

“인기 스타 동문은 든든한 밑거름이지만 서울예술대는 연예인만 키우는 학교가 아닙니다.”

박충(64·사진) 서울예대 부학장은 유명 연예인이 먼저 떠오르는 학교 이미지가 꼭 장점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학이 자칫 ‘연예인 양성소’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부학장은 “스타 동문들의 맹활약도 분명 학교의 성과지만 순수예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동문들도 학교 발전을 이끄는 한 축이다”고 강조했다.

대중에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열린 연극, 음악 및 국악, 건축, 디자인, 디지털 콘텐츠 등 각 부문 시상식에서도 서울예대 동문들이 상을 휩쓸었다.

박 부학장은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동문들이 있어 우수한 인재들이 계속 서울예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서 수상한 이정민 씨와 실용음악 부문인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금상 수상자 홍혜림 씨 등 신예 예술가도 발굴됐다. 박 부학장은 “우리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밤을 새워도 힘들지 않다는 생각으로 창작에 매달리는 일이 많다”며 “교수들은 학생들의 ‘끼’를 발굴하고 길러주는 견인차 노릇을 맡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예대는 캠퍼스 배치부터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르는 데 집중했다. 학교 곳곳에 돌하르방, 석탑, 맷돌, 장독대 등이 놓여 있고 감나무, 대나무, 소나무 등도 여기저기 심겨 있다.

박 부학장은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국적 미와 정서를 자연스레 익혀 먼 훗날 창작활동 때 표현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박 부학장은 “2012년 안산캠퍼스에 들어설 ‘동랑박물관’은 학교 역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 예술과 대중문화를 망라하는 기념비가 될 것”이라며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아름다움을 두루 표현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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