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밸리 이야기<18>동부하이텍 농생명硏

  • 입력 2009년 1월 22일 06시 21분


인체 무해 ‘스마트 살충제’

“해충만 박멸” 친환경-안전성 높인 농약 개발

벼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여름철 가장 힘겨워하는 일은 농약치기였다. 뙤약볕에 수렁논에서 허리까지 빠져가며 농약을 치고 나면 진이 빠졌다. 농약 중독에 대비해 아내가 준비한 것이라곤 설탕물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과거의 얘기가 되고 있다. 논두렁을 걸으며 논에 농약을 던지면 스스로 퍼지면서 약효를 발휘한다. 곤충만을 박멸해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에게는 해를 미치지 않는 농약도 개발되고 있다.

이런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곳이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의 동부하이텍 농생명연구소(동부기술원)다.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안전성, 환경성, 편리성이다.

▽농약, 뿌리지 말고 던져라=이 연구소가 국내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받은 농약 ‘투척탄’은 신개념 제초제. 콩알 같은 입자가 논에 떨어지면 가라앉지 않고 수면 위로 떠올라 표면을 싸고 있던 막이 녹으면서 유효성분이 수면을 타고 퍼진다. 최초 살포된 지점에서 10∼20m까지 효과가 있다. 농약 살포에 따른 중독의 위험을 줄여줄 뿐 아니라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의 노동력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이 연구소가 개발한 ‘비스트리플루론’은 국내 최초의 곤충생장조절제 계열의 친환경 신물질 살충제. 사람 가축 및 유용 동물에는 독성이 거의 없으면서도 해충에는 효과가 뛰어나다. 곤충 표피를 구성하는 키틴의 생성을 억제해 해충만을 죽인다.

이 연구소 김경성 소장은 “기존 유기인계나 카바마이트계 살충제는 신경을 죽이는 독성물질이기 때문에 내성이 쉽게 생기고 사람과 가축에게도 해를 미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신제품은 안전성과 환경성이 뛰어나 업계에서는 농약 대신 작물보호제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제품 개발 연구 확대=이 연구소는 1990년대 말부터 농약의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제품 개발에 본격 나섰다. 현재 개발된 제품도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투척탄과 천연미생물제인 ‘엑스텐’은 신제품 인증마크(NEP)를 획득했다. 비스트리플루론은 세계 18개국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11개국에서 국제특허를 취득했다.

연구소는 농약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연구원 24명 가운데 6명을 친환경제품을 만들기 위한 별도의 파트로 지정했다. 또 친환경제품 개발을 위한 예산도 매년 5∼10%씩 늘려왔다.

농약을 개발하는 작물보호연구팀 김영권 책임연구원은 “독성이 강한 농약을 만들어서는 앞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어긋난다”며 “우리는 개발 과정에서 테스트를 거쳐 독성이 강한 제품은 미리 폐기해 버린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의 복합농생명기업인 동부하이텍은 농약 개발 외에도 유기질비료, 토양미생물제제, 친환경자재 등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또 2006년 우수농산물인증기관 지정에 이어 2007년에는 친환경농산물인증기관으로 지정됐다. 인증기관은 친환경농산물을 인증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인증품을 계측 및 분석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을 대상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엄격히 심사해 지정한다. 이 회사의 동부친환경농업센터는 농약 사용과 작물 재배, 판로 등에 대한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소와 벤처기업에 관련된 것으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이 시리즈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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