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했던 보험설계사, '뻥'을 제거하니 여왕에 올랐다

  • 입력 2009년 1월 13일 11시 52분


‘고객님 당신은 제게 신(神)이십니다.’

연봉 10억원의 보험설계사 예영숙 팀장(삼성생명 대구 대륜영업소)이 입사 초기에 썼던 시(詩)의 제목이다.

그 시는 이렇게 흘러간다. “나를 압박하는 이 일이 과연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인가요 … 두 발을 내려 놓을 곳조차 찾지 못하고 울고 있는 지금 내게 망망한 절벽 끝에 선 외로움은 오히려 사치입니까…”

고객을 신으로 모시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영업에의 압박감이 묻어난다. ‘보험의 여왕’도 처음엔 이처럼 절박하고 답답했다.

시를 좋아하던 전업주부 예영숙 팀장이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한건 93년. 그녀가 ‘움직이는 영업소’라는 별명을 얻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예 팀장은 지난해 삼성생명 최우수설계사를 차지했다. 9년 연속이다

예 팀장은 2008년 한 해 신계약 203건(월 17건)과 보유고객 1504명, 유지율 99.9%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그녀의 고객이 한 해 동안 낸 보험료(수입보험료)는 185억원에 달했다. 그녀의 신계약 실적은 1년 중 일하는 일수로 240여일 되는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미며, 연간수입보험료 185억 원은 예 팀장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이 하루 5,000여 만원의 보험료를 삼성생명으로 매일 입금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예 팀장이 기록한 유지율 99.9%라는 숫자는 한번 고객이 되면 중도에 이탈함이 없이 계약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뜻한다.

예팀장은 일주일에 2~3번씩 ‘고객 섬김 철학’이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다니기도 한다. 감사원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마친 예팀장을 만나봤다.

“보험은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더 빛을 발하죠.” 예 팀장은 보험을 통해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기에 보험설계사 일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보람있다고 확신한다.

그도 첨부터 잘나가는 보험설계사는 아니었다. 그는 입사 당시 바보 같을 정도로 순진했단다. 그는 자신을 빗대 “시인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에서 바다를 청무밭인 줄 알고 내려앉아 날개가 젖은 ‘흰나비’ 같았다”고 회상했다. 스스로도 일을 잘해내리라는 믿음이 크지 않았다.

그런 그가 처음 느꼈던 벽은 보험에 대한 사람들의 왜곡된 인식이었다고 한다. “왜 싫으냐?”고 물으면 마땅히 대답할 사람도 없었다. 막연히 보험이 싫다는 사람들을 보며 예 팀장은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사명감과 정체성이 확실해졌다고 한다.

“어떤 것에 대해 안전한 상태를 지킨다는 의미로 ‘보험 들어 놨다’ 고 표현해요. 예를 들면 자동차보험은 차를 사서 운전을 하게 되면 필수적으로 들고 있잖아요. 보험을 이렇게 좋게 생각하면서도 유독 ‘생명보험’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왜곡된 인식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그는 사람들이 생명보험을 부정적으로 보는 원인을 찾아봤다. 그 결과 사람들이 보험을 자세히 모르는 것도 한 부분이었지만 판매하는 설계사들의 소위 ‘뻥’(과장)이 심했기 때문이었다. 예팀장은 보험을 정직하게 설명하고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는데서 기존의 보험설계사들과 자신을 차별화했다. 그러자 결과는 자연스럽게 높은 판매성공률로 나타났다는 것.

예 팀장도 어느 순간 한계를 느꼈다. “돈 많은 VIP 고객들은 여전히 은행을 이용하고 보험에 대해 절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있는 돈으로 생활이 가능한데 굳이 보험까지 들 필요가 있냐?’ 는 생각을 가진 그들에게 보험을 판매하고 설명하는 것이 보험설계사로서 굉장히 힘든 부분이었죠.” 하지만 예 팀장은 두 번째 거대한 벽 앞에서 ‘보험을 전혀 생각지 않는 부자들’의 시장이 오히려 엄청나게 큰 블루오션임을 깨달았다. 예 팀장은 그들에게 보험의 필요성부터 강조하지 않았다. 과장되고 정확하지 않다는 보험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는데 주력했다. 고객을 상대하는 예의와 대화 수준을 맞춰나갔다. 또 고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보험판매’가 아닌 ‘보험설계’를 해나갔다. 그들의 마음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고 지금은 예 팀장이 VIP고객들에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예 팀장을 만나러 찾아오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녀의 고객들은 여전하다 못해 자신의 지인들에게 예 팀장을 소개해주려고 먼저 나선다고.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유명인도 그의 고객명단에 올라 있는 건 그가 잘 알려져 있는 것과 더불어 진심으로 정직한 금융 컨설팅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보험여왕’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일구어나갈까. 타인의 재정컨설팅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인생디자인도 중요하다. 그는 이렇게 정리했다. 어느 교수님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첫째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것. 두 번째는 공인의 자세를 가질 것.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에 대한 자립심을 길러주고 가정을 화목하게 하는 것.”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모든 힘의 에너지원은 가족임을 강조했다.

결국 그의 업무태도는 화목한 가정의 힘을 근원으로 삼아 공인의 자세로 업무를 충실히 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그리고 업무에 있어서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신뢰'를 전파하는데 주력했다. 보험에 대한 특유의 부정적인 인식을 제거하기 위해 과장된 상품소개를 자제한 것이다. 이 것이 그의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예팀장은 처음엔 ‘5년 롱런’을 목표로 삼았으나 신입사원이 자신의 강의를 듣고 “10년도 넘게 보험왕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강의 소감을 말하자 자신의 목표를 ‘10년 롱런’으로 잡았다고. “사람은 어느 누구에게도 배우고 깨달을 수 있기에 가치를 공유할 준비만 돼 있다면 자기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에서도 그의 성실함을 볼 수 있다.

그는 남은 목표와 관련해 “보험설계사의 위상을 높이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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