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차 공개않고 2단계 - 4단계로만 평가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22일 서울 송파초등학교 교문에서 경찰이 학부모와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팻말을 세우고 경비를 하고 있다. 학력평가 시험 거부를 유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이 학교 박수영 전 교사는 이날 학생 20여 명과 함께 학교 앞에서 야외수업을 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송파초등학교 교문에서 경찰이 학부모와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팻말을 세우고 경비를 하고 있다. 학력평가 시험 거부를 유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이 학교 박수영 전 교사는 이날 학생 20여 명과 함께 학교 앞에서 야외수업을 했다. 연합뉴스
■ 전교조 왜곡 주장과 진실

“학생들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일제고사”라는데…

“법적인 근거가 없다” 교육감 장학지도 초중등교육법 명시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 공교육 범위내 평이한 문제로만 출제

“기말고사 후 평가는 무의미” 1년간 학습활동 평가해 이듬해 참고

교총 “교육포기 행위” 학사모 “거부교사 퇴출 운동”

10월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를 유도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7명이 파면 해임된 데 이어 전교조와 일부 학부모단체가 23일 중학교 1, 2학년 대상의 전국연합학력고사도 거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성취도평가나 학력평가를 성적으로 학생을 줄 세우기 위한 ‘일제고사’라고 비판하고 학부모의 시험 거부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주장의 상당 부분이 평가의 목적과 본질을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등 학부모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 본질 호도=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취지를 국민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객관적인 점검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교과부는 초등학교 3학년 평가에서는 2단계, 중학교 3학년과 고교 1학년 평가는 4단계로만 평가한다. 학교나 교사는 물론이고 학생 본인에게도 점수와 석차가 공개되지 않는다. 중 1, 2학년 학력평가는 본인 점수, 학교 및 지역 평균만 제공한다.

전교조는 이를 잘 알면서도 ‘점수 매기기’ ‘한 줄 세우기’ ‘사교육 조장’ 등의 표현으로 ‘나쁜 시험’으로 몰아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과정에 존재하지도 않는 ‘일제고사’라는 용어를 만들어 평가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 내용도 교과 범위 내에서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돼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비판까지 받는데도 전교조는 사교육의 주범처럼 선전하고 있다.

시도 수준 학력평가에 대해 지방교육자치법은 교육감이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도록 하고 있으며 초중등교육법은 교육감의 장학지도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시도 수준 학력평가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는 “12월 초에 기말고사를 끝낸 아이들이 다시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며 “수억 원의 시험예산을 차라리 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하는 데 지원하라”는 주장도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력평가는 1년간의 학습활동을 평가한 뒤 다음 해 교육에 활용하기 위한 것인데 기말고사가 끝났다고 공부가 끝났다는 식의 논리는 교육자로서 부적절한 발상”이라며 “학습 예산과 복지 예산은 별도로 편성돼 있다”고 말했다.

국가가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전국 단위의 시험을 임의로 거부하도록 조장하는 것은 교사로서의 권한을 넘어선 행동이란 지적도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평가 성격과 취지 등을 무시한 채 반교육적인 것으로 비판하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단체들은 “학생이 시험을 선택하는 것이 학습권 보장이라면 학생이 배우고 싶은 교사나 학교도 고를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냐”고 반문한다.

▽전교조 안팎 비판 고조=조합원이 중징계를 받는 것에 부담을 느낀 전교조 집행부는 직접적인 평가 거부보다는 교사가 학부모에게 학력평가 비판 편지를 보내는 등 간접적인 반대를 펴고 있다.

하지만 민중민주(PD) 계열의 서울지부 등 일부 강경파는 시험 감독을 안 하거나 학생들에게 답안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시험 대신 체험학습 떠나기 등으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교총은 22일 성명을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의 학습을 안내하고 학교와 교사의 교육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교육과정의 필수이자 핵심”이라며 “평가 거부는 학생, 학부모를 혼란케 하는 극단적 교육 포기 행위”라고 비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시험 거부 교사는 부적격 교사로 보고 퇴출운동을 벌이겠다”며 “시도교육청도 사전 예방책을 세우고 거부 교사는 중징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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