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부를 놀이처럼 즐겨요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성균관대 경시대회 대상 천예린 양·홍성준 군의 ‘FUN공부’

성균관대 주최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이하 성대경시대회)에서 초등학교 4학년 영어 부문 대상을 차지한 천예린(9·경기 남양주시 태강삼육초) 양과 중학교 2학년 수학 부문 대상을 받은 홍성준(14·경기 성남시 이매중) 군은 실수 하나 하지 않고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기출문제집 한 권을 푼 것이 시험 준비의 전부였다고 말한다. 평소에 영어, 수학을 좋아해서 내공을 꾸준히 쌓아왔기 때문이다. 영어, 수학을 ‘공부’가 아닌 ‘놀이’로 여기게 했다는 두 학생의 어머니에게 자녀교육법을 들었다.

○ 영어는 ‘언어’가 아닌 ‘학습’이다, 천예린 양

천예린 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환교수로 가게 된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2년 정도를 머물렀다. 처음에는 영어가 잘 들리지 않아서 고생했던 천 양은 6개월쯤 지나니 미국생활에 금방 익숙해졌다. 3학년이 되자 미국 초등학교 영재반 시험에 합격했다. 천 양의 읽기, 듣기 수준은 미국의 또래아이보다도 훨씬 높은 6학년 수준으로 진단됐다. 천 양의 어머니 정은희(37) 씨는 “한국에 있을 때 한글 동화책과 영어 동화책을 많이 읽힌 덕분에 미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항상 딸에게 “영어는 ‘언어’이지 ‘학습’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천 양은 미국에 가기 전에도 영어 학원에 다닌 적이 없다. 그 대신 어머니와 함께 영어 동화책을 읽으며 실력을 쌓았다. 요즘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녁 8시부터 두 시간씩 혼자서 영어 동화책을 읽는다. 최근에 읽은 책은 ‘소공녀’. 190쪽 짜리 영어동화책을 한글 동화책처럼 막힘없이 술술 읽어낸다.

중·고등학생 영어 과외를 했다는 정 씨는 딸이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일부러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다. 대신 한글 동화책을 많이 읽혔다. 처음 영어 동화책을 접한 여섯 살 되던 해 5월에는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용 한글 명작동화를 읽히고 있었다.

정 씨는 영어 동화책을 읽히기에 앞서 파닉스(알파벳 조합에 따른 발음규칙)부터 6개월 정도 가르쳤다. 정 씨가 직접 파닉스 교재를 골라 일주일에 나흘 정도는 반드시 하루 2∼3시간 정도 발음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CD를 들려줬다. 파닉스가 익숙해지고부터는 한 페이지에 영단어가 20개도 채 안 나오는 쉬운 동화책부터 읽혔다. 문장이 짤막해서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되 한 문장 한 문장 뜻을 알려주기보다 전체적인 이야기만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정 씨는 “한글 동화책을 읽어줄 때 하나하나 뜻을 말해주지 않아도 아이가 저절로 단어 뜻을 익히게 되는 것처럼 영어 동화책도 스스로 단어 뜻을 깨치게 되더라”고 말했다.

영어 동화책은 절대 전집으로 사지 않았다. 그 대신 주말이면 천 양을 데리고 전철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시내 대형서점을 찾았다. 서너 시간씩 좋아하는 영어동화책을 마음껏 읽게 하되 꼭 사고 싶은 책만 다섯 권을 고르게 했더니 천 양도 점차 책 고르는 눈이 생겼다.

천 양은 현재 사립초등학교인 태강삼육초교에 다니며 영어 이멀전 교육(영어몰입교육)을 받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도 영어몰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제중에 입학하는 것이다.

○ 경시대회 자체를 즐겨라, 홍성준 군

홍성준 군의 어머니 이미연(43) 씨가 아들로부터 처음 “수학이 재미있다”는 말을 들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성대경시대회 수학 장려상을 탔을 때였다. 홍 군은 그때부터 1년에 6, 7회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에 나가게 됐다. 중학생이 된 지금도 일년에 3, 4회 대회에 나간다. 홍 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장려상을 탄 대회에서 중학교 2학년 때 대상을 탄 것처럼 경시대회에 나갈 때마다 성적이 조금씩 올라가는 게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이 씨도 항상 “경시대회에 두려움을 갖지 말고 즐기라”고 말하곤 한다.

한 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다음 대회가 준비되다 보니 수상경력도 화려해졌다. 성대경시대회 대상, KMC 은상, KMO 동상은 모두 매년 같은 대회를 치르면서 조금씩 성적이 올라 최근에 딴 상들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해외경시대회인 아시아태평양수학올림피아드(APMO)에 나가서 금상을 따기도 했다. 중간고사 기간이 겹쳤던 이번 성대경시대회는 사실상 일주일밖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지만, 매년 성대경시대회에 참가해왔기 때문에 문제유형이 익숙해서 어렵지 않았다. 일주일 전부터 기출문제집을 한 권 사서 시험 시간에서 OMR 카드를 체크하는 시간을 뺀 1시간 10∼15분 정도를 매일 투자해 한 회분을 풀었다.

정 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수학을 더 공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홍 군이 수학 분야 중에서도 특히 기하 단원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인터넷 서점에서 ‘기하’와 관련된 문제집이나 수학 상식 책을 종종 사주며 수학에 재미를 잃지 않도록 했다. 좋다는 수학전문학원 두 곳도 수소문해서 보내고 있다.

홍 군도 열심이다. 밤 11∼12시에 수학학원에서 돌아와도 자기 전에 꼭 한 시간 정도 복습을 하고 잔다. 아침 7∼8시는 학원 문제집과 별도로 자신이 고른 수학 문제집을 푸는 시간이다.

“경시대회에 나가는 것 자체가 즐겁고, 영재고등학교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수학 공부를 게을리 할 수가 없어요.”(홍 군)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성균관대학교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와 함께 국내 초중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경시대회. 1년에 두 번(6월, 10월) 전기와 후기로 나눠 치러진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며 영어와 수학으로 나눠 학년별로 시상을 한다. 수상경력은 서울대 연세대 KAIST 등 명문대 수시전형과 영재교육원 국제중 영재고 자사고 입시에 전형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성균관대 주최, 하늘교육 주관, 동아일보 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