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모작 ‘새싹’을 틔우렵니다”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3시 03분


29일 경기 성남시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내 시니어직업훈련센터에서 수강생들이 보일러 배관 수업 실습을 하고 있다. 성남=홍진환 기자
29일 경기 성남시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내 시니어직업훈련센터에서 수강생들이 보일러 배관 수업 실습을 하고 있다. 성남=홍진환 기자
한국폴리텍대학 시니어직업훈련센터서 구슬땀 중장년들

2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에 있는 한국폴리텍대학(노동부 산하) 성남캠퍼스 드림관 4층 시니어직업훈련센터.

내선공사(전기) 과정에 등록한 중·장년층 늦깎이 학생 20여 명이 지도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전압기를 다루고 있었다. 펜치로 전선을 다루는 모습이 꽤나 서툴렀지만 손놀림은 바빴다.

이곳은 인생 이모작을 계획한 40∼60대 중·장년층이 꿈을 다시 쏘는 배움의 현장이다. 이들은 오전 9시 반부터 하루 6시간 수업을 받는다.

여기서 만난 김입권(60) 씨는 “회사에서 퇴직한 뒤 3년 정도 집에서 무료하게 놀았다”며 “교육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수료한 뒤 전기 관련 자격증을 따겠다”고 말했다.

보일러 과정의 조남권(60) 씨는 “고령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아파트 경비를 섰다”며 “경비는 월수입이 90만 원에 불과하지만 보일러 업체에 취직하면 150만∼18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격증뿐이다”라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성남시와 함께 5월부터 성남캠퍼스에 시니어직업훈련센터를 열었다. 40∼65세를 대상으로 보일러 도배 타일 전기 등 직업훈련 3개월 과정을 마련했다. 훈련비는 무료다. 수강생은 오히려 성남시의 지원으로 교통비, 식대, 가계 보조금 등 월 24만 원을 받는다.

8월 29일 과정을 마친 1기 수료생 102명 중 23명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고졸자는 46명이다. 평균 연령은 52.1세. 40대가 44명(43%)으로 가장 많고 50대가 36명(35%), 60대가 22명(22%)이다. 시니어 과정 입학 경쟁률은 2.4 대 1.

수료생 중 80%인 81명이 전기 보일러 도배 등 관련 자격증을 땄고 47명(46%)이 일자리를 얻었다.

한국폴리텍대학 허병기 이사장은 “시니어직업훈련 과정을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2000년 초까지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실업자 과정을 운영했는데, 당시에는 취업률이 30%에 불과했다. 현재 46%인 취업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수료생들이 취업하는 곳은 과정에 따라 다양하다. 보일러 과정 8명은 보일러설비회사, 일반건물 보일러기계실에 자리를 잡았다. 전기 과정 9명은 병원·일반건물 대형마트 전기실이나 공사 현장에 일자리를 잡았다.

수료생 90%가 자격증을 딴 도배 과정은 23명이 인테리어업체에 취직하거나 대학 기숙사 등에서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6명은 수료생끼리 팀을 이뤄 도배 전문 프리랜서로 나섰다. 타일과정 수료생 6명은 시설물 관리업체와 아파트관리사업소에 들어갔다.

보일러·전기 수료생은 관련 업체에 들어가면 월 150만∼180만 원, 도배와 타일 과정은 일당 8만∼12만 원을 받는다.

연예기획사에 다녔던 김태훈(50) 씨는 도배 과정을 마친 뒤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도배 기술은 한 번 배우면 계속할 수 있다. 힘이 닿는 한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직업훈련센터는 면접, 서류심사 등을 거쳐 3개월에 한 번씩 수료생 120명을 선발한다. 031-739-4088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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