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상위권=선행학습, 중위권=중학과정 복습+선행학습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7분


중3이 알고 싶은 선행학습 ‘3대 궁금증’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학습하는 일은 흔하다. 고교에 진학해 대학 입시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한발 앞서 고교 과정을 공부해 두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선행학습에도 분명 ‘허와 실’이 있다. 선행학습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학원 전문가들과 고등학교 교사에게 선행학습을 둘러싼 3대 궁금증인 ▲선행학습을 할까, 말까 ▲어디까지 할까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하고, 조언을 들었다.

○ 궁금증 1. 선행학습 할까, 말까?

선행학습에는 정답이 없다. 학생마다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학원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학 3학년 학생들에게 ‘상위권=고등학교 선행학습, 중위권=중학교 과정 복습+고등학교 선행학습, 하위권=중학교 과정 복습’의 원칙을 지키라고 권한다. 실질적으로 중위권 이상만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정세웅 토피아영재센터 부원장은 “중학교 공부의 기초가 튼튼히 다져져 있는지부터 점검해서 중학교 공부의 빈틈을 보충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선행학습은 주로 개념과 원리를 익히고 나서 응용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봐야 하는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이들 과목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다.

서울 강남구 H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강모 교사는 “상·중·하위권 학생 모두 조금씩 선행학습을 하는 게 유익하다”라는 의외의 의견을 내놓았다. 단, 개념을 정확하게 익히고 반복해서 예제를 풀어보는 식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원 다니며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은 항상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습관이 들어서, 조금만 다른 응용문제를 던져주면 당황해서 풀지 못한다는 것이다.

○ 궁금증 2. 선행학습 어디까지 할까?

선행학습에서 남보다 빨리, 많이 진도를 나가겠다는 ‘속도 환상’은 절대 금물이다.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게 중요하다.

학원 강사들은 일반적으로 한 학기에서 일년 정도 고등학교 과정을 앞서 선행학습하라고 권한다. 중위권 학생은 중학교 과정을 차분히 복습하고 한 학기 정도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하고, 상위권 학생은 한 학년 과정을 선행학습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시연 분당청솔학원 과학팀장은 “고등학교에 가면 물리 화학 부분의 체감 난이도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 중 자연계를 지원할 학생이라면 물리Ⅰ, 화학Ⅰ까지 선행학습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강 교사는 두세 단원 정도만 앞서 공부하는 것이 선행학습의 효과를 극대화할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강 교사가 가르친 한 제자는 항상 두 단원 정도만 앞서 선행학습을 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수학Ⅱ를 뗀 학생들보다도 응용문제에 강했다. 개념을 익히고 반복학습을 계속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제자는 의대에 합격했다.

반면 무리한 선행학습으로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 사례도 있다. 한 제자는 1학년 때는 수준별 이동수업에서 4개 반 중 가장 우수한 반에 들 정도로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었지만, 3학년이 되자 성적이 중간 정도로 떨어졌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공통수학을 다 떼고 심화 문제까지 풀었다는 이 제자는 상담에서 “1학년 때는 수업을 들어도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는 자만에 선생님 설명이 우스울 정도로 쉬웠다. 그러나 2학년이 되자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 제자는 수능을 한 달 남짓 남겨둔 현재 수학 2등급을 목표로 노력하는 중이다.

○ 궁금증 3. 선행학습 어떻게 할까?

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은 6개의 영역(수와 연산, 도형, 측정, 확률과 통계, 문자와 식, 규칙성과 함수)으로 나뉘어 있고, 각 영역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연속적으로 점차 깊이 배우도록 되어 있다. 즉, 한국 교육에서 수학은 6개의 기둥(영역)을 각각 별도로 쌓아올려야 완성되는 집인 셈이다. 만약 자신이 수학을 잘 못한다면 어떤 기둥(영역)의 어떤 층(학년, 학기)의 벽돌이 빠져 있다는 뜻이다.

학습컨설팅업체인 티엠디교육그룹의 오혜정 실장은 “선행학습 이전에 중학교 단계에서 ‘빠진 벽돌’부터 찾으라”고 주문했다. 중3 학생이라면 중학교 전 과정이 학년별로 총정리된 문제집을 구할 필요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마다 어떤 영역에 해당하는 문제인지 표시된 문제집이어야 한다는 것. 자주 틀리는 문제는 어떤 영역, 어떤 학년에 해당하는 내용인지 체크해서 자신의 ‘빠진 벽돌’을 채운 다음 고등학교 선행학습으로 넘어가야 한다.

고등학교 선행학습을 할 때는 영역별로 개념노트를 하나씩 만들어 각 단원의 개념을 노트에 정리하고, 개념이 확실히 이해됐다면 예제를 2, 3개 정도만 푸는 것이 좋다.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 개념을 익혔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만 푸는 것이 포인트다.

과학은 개념 이해와 암기가 동시에 필요한 과목이다. 천재교육 중등개발본부 과학과의 김은정 차장은 “혼자서도 개념을 이해하기 쉬운 기본 개념서 위주로 공부하면서 공통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여러 개념을 확실히 익히라”고 조언했다. 이때, 현무암, 용액, 용매, 촉매제 등 과학 용어의 한자어 뜻을 파악해보는 연습을 하면 개념이 머릿속에 더 오래 남는다. 과학은 탐구활동이 중시되므로 과학 교과서의 단원별로 중요한 실험을 골라 실험의 목적-과정-결과-결론을 차례로 노트에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강 교사는 “3시간 선행학습을 하면 그중 2시간은 복습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반복해서 복습해야만 선행학습으로 익힌 개념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선행학습 자체는 남들보다 먼저 아는 것이지, 결코 실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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