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82개 도로에 ‘싹둑싹둑’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0분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에서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사이 이화령에 개설된 도로들. 중앙의 국도 3호선 이화령터널과 우측의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설되면서 왼쪽의 국도는 이용 차량이 현저히 줄었다. 사진 제공 녹색연합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에서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사이 이화령에 개설된 도로들. 중앙의 국도 3호선 이화령터널과 우측의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설되면서 왼쪽의 국도는 이용 차량이 현저히 줄었다. 사진 제공 녹색연합
녹색연합 “8.3㎞마다 단절… 사용않는 도로 7곳 생태복원 시급”

자연생태계의 종축인 백두대간이 수십 개의 도로로 단절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시민단체 녹색연합이 사용하지 않는 도로를 해체해 끊어진 생태계를 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백두대간은 포장도로 61개, 비포장도로 21개 등 총 82개 도로가 지나면서 평균 8.3km마다 단절돼 있다.

백두대간을 단절시키는 포장도로는 1999년 47개에서 2002년 50개, 2007년 61개로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터널을 포함한 새로운 도로를 개설한 뒤 기존 도로는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생태계를 단절시켜 야생동물의 이동을 제한하고 식생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07년에만 82종 5737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야생동물 교통사고)’을 당하는 등 도로가 동물의 서식공간을 잘게 쪼개면서 매년 수천 마리의 동물이 희생당하고 있다.

또 도로가 외래종 유입의 통로로 작용해 도로를 따라 생태계 교란 식물이나 외래종이 쉽게 발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녹색연합은 △터널 개설로 기존도로 이용이 현저히 줄어든 구간 △대체 도로 이용이 가능한 구간 등에 대해서는 도로의 아스팔트를 걷어내 생태 복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서 태백시 화전동에 이르는 두문동재의 구도로(6.1km)는 현재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상태다. 두문동재 아래로 터널이 뚫리면서 거리가 멀고 구불구불한 기존 도로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녹색연합 서재철 녹색사회국장은 “두문동재 구도로는 겨울 폭설에도 예산이 부담스러워 제설작업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도로임을 감안하면 폐쇄하는 것이 관리를 위한 예산 낭비를 줄이고 환경훼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을 가르지르는 82개 도로 가운데 대체도로나 터널 개설에 따라 쓰임새가 없어진 두문동재를 포함해 미시령, 조침령, 건의령, 이화령, 신풍령, 사치재 등 7곳을 생태복원이 시급한 구간으로 꼽았다.

서 국장은 “생태통로(야생동물이 지나는 길을 인공적으로 만든 것)는 한 곳당 10억∼20억 원의 많은 비용이 들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한계가 크다”며 “쓰지 않는 도로를 해체해 단절된 야생동물의 서식공간을 넓혀주는 것이 진정한 백두대간 생태계 회복”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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