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8분


안병직 교수 “민주-통일운동 등에만 초점” 지적

‘대안교과서, 日식민지배 정당화’ 비판에 반론

안병직(경제학)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존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기술 체계와 방법 등이 민중운동사 중심이어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안 교수는 최근 발행된 ‘시대정신’ 가을호(통권 40호)에 기고한 ‘한국 근현대사의 체계와 방법’이란 글에서 “현행 교과서가 노동운동,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및 통일운동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의 건국, 경제발전과 민주화는 경시되거나 부정적으로 기술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안 교수는 “‘대안교과서’는 대한민국사를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어 국정 방향을 건국, 산업화와 민주화를 기반으로 한 선진화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이 펴낸 대안교과서의 집필을 주도한 이영훈(경제학) 서울대 교수도 ‘우리에게 국사란 무엇인가’란 기고에서 “현행 교과서야말로 ‘독립운동 일원사관(一元史觀)’에 함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독립운동 일원사관은 강만길(사학) 고려대 명예교수가 “식민지기의 역사는 오로지 독립운동의 역사이다. 다른 것은 역사라고 할 수 없다”고 발표한 데서 나온 용어다.

이 교수는 “일제의 지배정책에 따라 변화된 구조 위에서 1945년 이후의 (한국) 현대사가 펼쳐졌다”며 “식민지 시대 시스템을 해명하지 않은 채 독립운동에만 집착해서는 역사의 구조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주류 학계의 ‘수탈론’을 비판하며 ‘근대적 시장경제의 작동시스템으로 조선의 쌀과 일본의 자본이 교환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안 교수와 이 교수의 글은 박찬승(사학) 한양대 교수 등이 앞서 ‘역사비평’ 여름호(통권 83호)에서 대안교과서의 오류와 사관(史觀)의 문제점을 거론한 데 대한 반론 제기로 분석된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대안교과서는 개화파, 식민지배, 이승만, 박정희 등을 정당화하려는 편파적 서술이 많고, 곳곳에서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관계를 잘못 적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대안교과서는 일제의 식민 지배를 찬양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며 “그러나 철도 건설만 하더라도 조선의 주민들을 위해 철도를 건설한 것이 아니었으며 주된 목적은 군대의 이동, 식량의 일본 수출, 공업지대에서의 원료와 생산물의 수송 등이었다”고 주장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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