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이름처럼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래요”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1분


베이징 올림픽 한국인 자원봉사단 중 최연소 전세계 군

4학년 때 유학 중국어 수준급… 주중대사가 장래희망

《올림픽 열기가 뜨거운 베이징 올림픽 양궁 경기장. 까마득하게 먼 과녁 한가운데를 신들린 듯 꿰뚫는 한국 궁사들에게 ‘대∼한민국’을 외치는 응원단 틈에서 전세계(13·사진) 군이 분주히 움직인다. 한국 응원단에게 막대풍선 같은 응원도구를 나눠주는 일부터 경기장 안내, 간간이 통역 역할까지 전 군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조기 유학생으로 다음 달 현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전 군은 베이징 올림픽 지원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재중 한인회가 결성한 한국인 올림픽 자원봉사단 600여 명 중 최연소자다. 》

○현지화 전략으로 고비를 넘다

전 군이 중국으로 유학을 온 것은 한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친 2005년. ‘넓은 세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봉사하라’는 뜻에서 ‘전세계’라는 이름을 지어 준 전 군의 아버지가, 세계무대에서 날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에서 공부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유학을 오기 전에 잠시 어학원을 다닌 것 외에는 중국어를 공부해 본 경험이 없는 전 군의 유학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중국 생활을 시작한 전 군이 초기에 중국 학생들과 사소한 갈등을 빚으며 고생을 한 것.

국제학교나 국제반이 아니라 중국의 일반 초등학교에서 중국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니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의 마음고생을 알면서도 전 군의 부모는 전 군을 국제학교나 국제반으로 옮기지 않았다. 현지 적응을 위해 한 번은 통과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 것. 주말을 활용해 베이징 근교로 가족여행을 가거나 방과 후 학교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해 줬다.

○중국어 공부 2년 만에 HSK 9급 합격

유학 초기단계의 고비를 잘 넘기면서 중국어 실력이 몰라보게 늘었다. 여행지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길을 묻는 등 ‘생존’ 중국어도 수준급이 됐을 뿐만 아니라, 중국어능력시험인 한어수평고시(HSK)에서도 중국어 공부 2년 만에 고급 단계인 9급 시험에 합격했다.

유학 초기에는 어휘력이 달려 냉가슴만 앓았던 중국어 회화 실력도 중국인 친구들과 논쟁을 할 수 있을 정도다. 함께 교회를 다닐 정도로 친한 중국인 친구도 생겼다.

전 군의 어머니 권정훈(39) 씨는 “현지에서 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싸움도 경쟁도 해봐야 중국과 중국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다”며 “유학생활에서조차 아이를 온실 속에서 키우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씨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은 전 군의 영어공부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전 군은 매일 아침 한 시간씩 영문학을 전공한 중국인 과외교사에게 중국어로 영어를 배운다. 영어 단어의 뜻을 적는 시험을 볼 때도 전 군은 과외교사가 알아볼 수 있게 중국어로 한 번, 권 씨가 알 수 있게 한국어로 한 번씩 적는다. 영어 단어를 외우면서 중국어 복습까지 함께 하는 셈.

○“주중대사로 부임할래요”

올림픽 자원봉사단에 선발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에 모집 대상이 고교생 이상이어서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전 군은 자원봉사단에 지원하면서도 과연 뽑힐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현지 체류 경험과 뛰어난 중국어 실력을 인정받아 봉사단에 최종 선발된 전 군은 평균 열살씩은 많은 형, 누나들과 함께 한국 응원단과 선수단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 초기에는 오후 7, 8시까지 계속되는 봉사활동에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꼈지만, 이제는 자원봉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내일은 어떤 경기장으로 나가게 됐다”며 엄마에게 설명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베이징에 유학 중인 다른 한국인 친구들도 TV를 통해서나 볼 수 있는 한국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전 군에겐 큰 즐거움이다

“양궁 남자 개인전에 출전했던 이창환 선수가 올림픽 기록을 세우는 경기를 직접 봤거든요. 그땐 너무 흥분돼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16강전에서 아깝게 탈락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요”

다음 달 현지 중학교에 입학하는 전 군의 꿈은 중학교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외국어고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거나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해서 외교관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매력적인 나라인 것 같아요. 나중에 외교관이 되면 꼭 주중대사로 임명받아 베이징에 부임하고 싶어요.”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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