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 경제력 11.2배 ↑…대구경북-호남 앞질러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 1985년∼2006년 7개 권역 분석

《1985년 이후 지난 21년간 한 지역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지역내총생산(GRDP)이 대전·충청권에서는 크게 늘었고 수도권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부산·경남권과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강원권은 국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동아일보는 통계청이 GRDP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5년부터 2006년까지 21년간의 GRDP 자료, 시도별 인구추계 및 국내총생산(GDP) 등을 토대로 수도권, 대전·충청권,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 광주·전라권, 강원권, 제주도 등 7개 권역의 인구동향과 성장률을 15일 분석했다.》

○ GRDP 전국 총액 9.7배 늘어

지역별로 GRDP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5년 87조9000억 원이었던 GRDP 전국 총액은 2006년 857조4000만 원(9.7배)으로 늘었다(모든 원화 표시는 경상가격 기준).

같은 기간 대전·충청권의 GRDP는 8조7000억 원에서 98조 원(11.2배)으로 늘어 대구·경북권과 광주·전라권의 GRDP를 앞질렀다. 2006년 이들 두 권역의 GRDP는 각각 85조4000억 원(1985년의 8.1배), 86조5000억 원(8.7배)이었다.

대전·충청권은 1989년 대전의 직할시 승격, 대덕연구단지 확충, 수도권으로부터 지속적인 인구 유입, 정부청사 이전 등으로 고성장을 지속했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12.5%의 성장률을 기록해 가장 빨리 외환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지역도 이곳이었다.

이에 따라 2006년 대전·충청권의 GRDP가 전국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4%로 1985년 10%에서 1.4%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43.3%에서 47.7%로 4.4%포인트 늘어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지속됐음을 보여줬다. 서울은 2.4%포인트 떨어진 반면 경기와 인천이 각각 6.6%포인트와 0.3%포인트 비중이 늘어났다.

그러나 부산·경남권은 18.5%에서 17.2%로, 광주·전라권은 11.3%에서 10.1%로, 대구·경북권은 12%에서 10%로 낮아졌다. 강원권은 4%에서 2.7%로 떨어진 반면 제주도는 0.9%를 유지했다.

특히 대구 부산 등 전통적인 대도시의 GRDP 비중은 모두 1∼2%포인트씩 떨어졌다.

○ 대구, 1인당 GRDP 최하위

2006년 1인당 GRDP가 가장 높은 권역 또한 대전·충청권으로 2004만9000원이었다. 연구단지 및 산업단지 확충으로 인해 1인당 생산력이 늘어난 것. 수도권은 1746만2000원이었고, 대구·경북권은 1663만5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대구의 1인당 GRDP는 1124만3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전출자가 전입자보다 더 많아 인구 규모는 정체 상태 이지만 대규모 공장이나 주력산업이 없어 경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21년간 1인당 GRDP가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광주·전라권이다. 이 권역의 1인당 GRDP는 같은 기간 165만8000원에서 1705만5000원(10.2배)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기간 광주·전라권의 GRDP 증가가 8.6배로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이주와 저출산 등으로 인한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1인당 GRDP의 증가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1인당 GRDP가 가장 높은 시도는 울산(3862만3000원)과 충남(2648만9000원)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울산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이 밀집해 있고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유입된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용규 수석연구원은 “부산과 대구의 주력산업이었던 섬유 신발 등 제조업이 쇠퇴한 것이 부산·경남권과 대구·경북권의 GRDP 비중이 낮아진 원인”이라며 “경기와 천안 아산 당진 등 충청 북부지역에 대규모 공장이 많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의 경제성장이 촉진됐다”고 말했다.

○ 21년간 경기도 인구 2배로 늘어

GRDP가 증가한 수도권과 대전·충청권은 인구도 함께 늘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일자리가 생기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원리가 그대로 관철된 것.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경기로 1985년 469만6000명에서 2006년 1082만2000명으로 2.3배가 됐다. 이는 서울 근교의 성남, 고양시 등이 개발되면서 서울 및 타 시도에서 전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 이에 따라 2005년에는 서울과 6개 광역시(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를 제외한 인구 순위 상위 6곳이 모두 수원 성남 고양 부천 용인 안산시 등 경기도에 속한 도시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부산의 인구는 다소 줄었고, 대구는 1.2배로 늘어난 반면 인천의 인구는 1.6배, 대전과 울산은 각각 1.5배로 크게 늘었다. 반면 강원과 전북은 급감했다.

서울과 부산, 대구는 모두 최근 10년간 전출자 수가 전입자 수를 웃돌았다. 서울은 경기도와 대전·충청권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았고, 대구와 부산에서는 인근 도나 수도권으로 많이 이동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 GRDP: 지역내총생산 ::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1년간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 등 부가가치의 총계. 국내총생산(GDP)이 한 국가의 생산력을 나타내듯 GRDP는 한 지역의 생산력을 보여준다. 따라서 GRDP의 합은 GDP가 된다. GRDP는 지역 경제의 분석 및 정책 수립뿐 아니라 국토균형발전 등 전국 단위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된다. GRDP를 그 지역의 인구로 나눈 값이 주민 1인당 GRDP.

▼ ‘광역시는 서비스업, 道는 제조업’ 산업구조 개편 ▼

지역내총생산(GRDP)과 함께 지역 내 산업 구조도 달라졌다.

광역시 단위에서는 산업의 무게중심이 점차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했다. 반면 도 단위에서는 농림어업의 비중이 줄고 제조업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는 전국적으로 1차 산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동시에 광역시권에서 빠져나온 공장 시설들이 주로 인근 도 단위로 이전하는 등 시도 간 분업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광역시에서 제조업, 도소매업, 건설업의 비중이 줄고 금융보험업,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의 비중이 늘었다.

광역시 전체의 GRDP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20.0%에서 2006년 16.2%로 줄었다. 대구는 제조업의 비중이 38.8%에서 18.8%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줄었다.

광역시권에서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의 비중은 1985년 9.6%에서 2006년 15.9%로 늘었고 금융보험업의 비중은 7.4%에서 10.9%로 늘었다.

서울은 금융보험업의 비중이 16.1%로 전국 평균의 두 배를 넘어 명실상부한 ‘금융의 중심지’임을 보여줬다.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의 비중도 22.2%로 전국 최고였으며 통신업의 비중도 가장 높았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은 운수업의 비중이 12.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편 도 단위에서는 광역시권과 반대로 제조업의 비중이 25.9%에서 33.0%로 늘었다. 특히 충남은 제조업 비중이 16.8%에서 39.7%로 늘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도 단위에서 농림어업의 비중은 19.2%에서 4.8%로 줄었다.

흥미로운 것은 도 단위에서 전체 서비스업의 비중이 28.0%에서 27.1%로 소폭 감소한 점. 통계청 관계자는 “이는 일부 광역시가 도에서 분리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분석 기간 광역시가 분리된 충남(대전), 경남(울산), 전남(광주)은 모두 서비스업의 비중이 감소했다. 반면 경기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6.4%에서 28.5%로 급등해 도 사이의 분업구조도 바뀌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농림어업, 광업, 도소매업의 비중은 전국 모든 광역시와 도에서 줄었고, 금융보험업의 비중은 전국 모든 곳에서 늘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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