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규정 없을땐 임명권에 해임권도 포함”…대법원 판례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정연주 KBS 사장 해임문제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논란 중의 하나는 KBS 사장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해임권’도 행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현행 방송법은 KBS 사장 해임권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은 1997년 정당의 통합과 관련된 소송사건에서 ‘별도의 해임 규정이 없을 때에는 임명권이 있으면 해임권도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신민당은 1995년 자민련과의 통합 과정에서 ‘당 사수파’와 ‘통합파’ 간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렸다. 이에 사수파의 박영록 전 의원 등은 합당을 무효화해 달라는 ‘합당결의집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가처분신청의 핵심은 ‘KBS 사장의 해임권 논란’과 비슷하다. 당시 통합파인 김복동 당 대표최고위원에게 당 통합을 의결하는 ‘야권통합추진위원회’의 위원들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는 것. 당시 당헌당규에는 해임권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사수파는 “처음 표결 당시 통추위원 15명 중 사수파 8명, 통합파 7명으로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전격적으로 반대파 위원 2명을 통합파로 교체해 합당을 재의결하는 등 부당한 절차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임권에 관한 별도의 결의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명권이 있는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들에게 해임권도 부여됐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면서 당 사수파의 신청을 기각했다.

법조계 내에서는 “별도의 해임권한이 없는 것은 KBS 사장의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과 “법적 해임 절차가 없다면 임명 과정에 준하는 잣대로 해임을 판단하는 게 맞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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