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자율화가 변화의 시작 교육현장 이념화 극복될 것”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0분


6일 퇴임한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이임식을 마친 뒤 교과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타고 있다. 정진하 대학생 인턴기자
6일 퇴임한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이임식을 마친 뒤 교과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타고 있다. 정진하 대학생 인턴기자
김도연 교과부 장관 이임식

“총론은 동의하지만 각론은 쉽게 어긋나는 것이 교육 분야인 듯합니다. 다양한 방법론이 있지만 학교 자율화가 변화의 시작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6일 오후 2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이임식이 열린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대회의실. 이임식에 걸맞지 않게 웃음과 박수가 여러 차례 터져 나왔다.

6개월 만에 교과부를 떠나는 김 장관에 대한 아쉬움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가 김 장관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경쾌하게 반전된 것이다.

밝게 웃으며 이임식장에 들어선 김 장관은 일찌감치 개각 대상으로 거론됐던 점을 감안한 듯 도열해 있는 교과부 직원들을 향해 “이임사는 오래전에 써놓은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예전에 써놓은 것이라서 오늘 아침에 조금 고쳤다”며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는 문구는 그냥 ‘짧은’으로 바꾸고, 점점 더워지는 시기라는 말은 뺐다”고 말해 직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곧 자세를 가다듬고 교육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바라는 말을 진지하게 이어갔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학교 선생님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존경받기 위해서는 이익을 떠나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며 교사를 격려하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또 “오늘의 대학 경쟁력은 내일의 국가 경쟁력이고 앞으로 과학기술의 영향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며 “연구소와 대학이 개방을 통해 경쟁할 수 있는 정책을 계속 다듬어 주시길 바란다”고 과학자로서의 바람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교육 현장이 이념화되고 투쟁으로 시간을 보내는 현실이 우려되지만 우리 사회가 이 같은 갈등을 조만간 극복할 것이라며 교과부 직원들에게 신뢰를 보냈다.

“시간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사회 환경이 아쉽다”고 말을 이어간 김 장관은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좋은 학교를 나와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미신이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말대로 짧은 이임사를 마친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임식 진행자가 “직원들이 너무 많으니 맨 앞줄에 서 있는 직원들하고만 악수하시라”고 권하자 멋진 마무리 멘트를 날린 것.

“저는 이제 시간이 많은데 직원들이 바쁘시니 그렇게 하겠다”는 말로 다시 한 번 이임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뒤 천천히 이임식장을 빠져나갔다.

한 국장급 간부는 “김 장관은 188cm의 큰 키만큼이나 멀리 내다보는 과학기술 전문가로서 식견이 있고 성품이 온화한 분”이라며 “교과부 장관 경험을 살려 이공계 활성화 등 대학교육 개선에도 큰 힘을 보태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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