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짓밟힌 집시법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5분


대책회의, 집회규정 13개항 모두 어겨… 처벌받은 조항은 5개뿐

안할건 하고… 폭행 - 기물파손 - 한밤 도로점거

할건 안하고… 기자 출입 보장-48시간전 신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반대하며 매일 저녁 시위를 벌이고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호텔, 공공기관 등이 몰려 있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확성기를 통해 거리 연설도 하고 노래도 크게 틀어놓는다.

그러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르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확성기, 북, 징, 꽹과리 등의 기계·기구를 사용해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어 확성기 사용은 불법이다.

대책회의는 촛불시위에서 집시법에서 정해 놓은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들이 지켜야 할 규정 13개 조항을 모두 어기고 있다. 이로 인해 사실상 누더기 상태가 된 집시법이 과연 앞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시법 제4조에 따르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언론사 기자의 출입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본보 기자가 일부 극렬 시위대에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하는 등 기자들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여 폭행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제5조에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연일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경찰을 폭행하는 일이 난무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제6조에서는 ‘옥외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신고서를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들은 집회가 아니라 촛불문화제라는 이유로 경찰에 전혀 신고하지 않고 있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 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제10조)는 규정도 매일 저녁부터 다음 날 해가 뜨기 전까지 시위를 벌이는 대책회의 앞에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제12조에 따르면 관할 경찰서장은 주요 도로에서의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교통의 중심인 세종로는 한동안 매일 밤 시위대에 점령당해 심각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30일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30일까지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적용된 조항은 제10조 야간집회 금지, 제20조 해산명령 불응 금지 위반 등 5개였다.

신 의원은 “영국의 공공질서법 제1조는 12명 이상이 불법 폭력을 사용할 경우 폭동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집시법은 시위를 허가제로 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시위 때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 비하면 허술한 부분이 많고 이마저도 이번 촛불집회 앞에서 무력화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