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팔아 수익내는 ‘대학회사’ 첫선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3분


한양대 지주회사 ‘HYU홀딩스’ 곧 인가… 자회사 2개 예정

통신기술 - 과학교육 콘텐츠 판매할 계획

서울대 서강대도 추진… ‘상품가치’ 관건

‘대학도 기술을 파는 시대가 됐다.’

한양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게 돼 대학의 본격적인 수익 창출 시대가 열리게 됐다.

1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양대에 따르면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최근 기술지주회사인 ‘HYU홀딩스’의 설립 인가 신청서를 교과부에 제출했다.

교과부는 신청서 검토 결과 모든 요건이 구비돼 곧 설립을 인가하겠다고 밝혀 HYU홀딩스는 ‘제1호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된다.

▽상아탑도 “돈 되는 일이라면”=대학 기술지주회사란 대학이 갖고 있는 기술 중에서 상품성이 있는 기술의 가치를 금액으로 평가받아 지주회사를 세우고 일반 기업처럼 기술 판매 수익을 얻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실리콘밸리와의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개발로 풍부한 대학 재정을 마련함으로써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한 밑거름이 됐다.

국내의 경우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금지돼 대학들이 가진 기술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2월부터 시행되면서 현재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10여 개 대학이 지주회사 설립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결실을 거둔 곳이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준비해온 한양대. 한양대는 현금 15억 원과 현물 20억 원 등 35억여 원을 투자해 HYU홀딩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상당수 대학이 학교의 체면을 고려해 거창한 사업 계획을 짜는 동안 한양대는 ‘수익이 나면 하고, 안 나면 안 한다’라는 단순한 원칙만 고수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7월 일찌감치 ‘돈이 되는’ 잡음 제거 기술과 과학교육 콘텐츠 개발 등 2개의 기술을 낙점했다. 이는 각각 트란소노㈜와 ㈜크레스코라는 2개의 자회사로 수익 창출의 선봉에 서게 된다.

휴대전화 통화 품질 개선에 주로 쓰이는 잡음 제거 기술은 세계 시장 규모가 1600억 원이 넘고, 이미 확보한 과학 교육 콘텐츠도 160개가 넘어 고수익이 예상된다는 것.

벤처회사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HYU홀딩스 최고경영자로 영입된 이성균(43) 대표는 “산학협력을 통해 상품성 있는 기술을 많이 보유한 것이 선두의 비결”이라며 “지주회사에서 얻은 수익은 연구 활동 지원에 사용해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학생 등록금 부담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마다 수익 경쟁=한양대를 필두로 각 대학이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열을 올리는 등 대학의 이윤 창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지주회사 설립 방침을 가장 먼저 발표한 곳은 서울대였다. 서울대는 1000억 원 규모의 지주회사를 올해 상반기 중에 설립한다는 계획이었다.

서강대도 3월 장흥순 전 벤처기업협회장을 영입해 ‘서강미래기술클러스터’ 설립 계획을 대대적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학들의 기술지주회사 설립은 진전이 더딘 상태다.

이는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만들려면 기술의 가치 평가 금액이 자본금의 51%가 넘어야 한다는 요건의 영향이 크다. 그만큼 상품 가치가 높은 기술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것이 간단치 않다는 것.

기술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 기술평가원 등에서 기술 평가를 받는 데 드는 비용도 수천만 원대로 만만치 않다.

교과부는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은 대학이 기술료 수입의 20%를 정부에 내도록 한 규정을 없애는 등 대학 기술지주회사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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