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 도입, 파업만능주의로 이어질 수도”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 상의 토론회 “시대흐름 역행”

한국의 노사문화와 세계 경제의 흐름에 비춰 볼 때 산별교섭은 한국 경제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6일 ‘산별교섭, 과연 우리에게 적합하나’라는 주제로 대한상의 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 이재교 인하대 법학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유럽 국가들의 산별교섭 체계는 산업혁명의 태동지라는 사회환경 속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정착된 것으로 기업별 노조 및 교섭의 전통을 이어 온 우리 여건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19세기부터 1980년대까지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경쟁하던 환경에서 유럽 국가들이 산별교섭을 발전시켜 왔지만,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경영환경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별 교섭이 확산되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국내 노동계의 산별 전환 요구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특히 그간 민주노총의 행태를 감안할 때 산별교섭 도입은 파업 만능주의와 전투적 노동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자동차 노조가 속한 금속노조가 최근 ‘정치파업’을 주도하려고 하는 등 국내 산별교섭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점을 들었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노조 조직 및 교섭구조는 한 국가가 산업화 과정에서 경험했던 정치, 경제 등 문화적 환경에 따라 오랜 기간 형성 발전시켜 온 것”이라며 “현행 기업별 교섭체제를 단시일 내에 산별교섭 체제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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