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환경문제 못풀어… 종교가 나서야”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종교 생태학’ 개척 美예일대 터커-그림 교수 부부 방한

“환경 문제에 관한 한 과학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환경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윤리와 가치를 중요시하는 종교가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때입니다.”

‘종교생태학’이라는 독특한 학문 분야를 개척한 메리 이블린 터커(59) 교수와 존 그림(62) 교수는 26일 “각 종교에서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메시지를 이끌어낸 뒤 이를 정부 정책이나 기업 활동에 접목하는 게 종교생태학의 지향점”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미국 예일대에서 종교학을 가르치는 부부 교수다. 27일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 참석차 내한했다. 종교와 생태의 접목을 먼저 생각한 것은 아내인 터커 교수.

그는 “종교는 사람들의 세계관, 자연관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세계의 종교는 어떤 종교든 자연의 절차와 리듬을 존중하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유교는 ‘나’라는 존재를 자연의 일원, 우주의 일원으로 여기는 생각이 바탕을 이룬다. 미국 인디언의 신앙을 비롯한 토속신앙도 대부분 인간과 자연을 한몸으로 여긴다. ‘자비’ 정신을 토대로 한 불교는 인간과 자연을 상호의존적인 존재로 보며 기독교 신앙에서 인간과 자연은 똑같이 신의 피조물이다.

두 사람은 종교생태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1996년 ‘종교와 생태 포럼(Forum on Religion & Ecology)’을 만들었다. 현재 전 세계에 걸쳐 종교학, 환경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 800여 명이 이 포럼에 참가하고 있다. 유엔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문의도 많다고 터커 교수는 밝혔다.

그림 교수는 “최근 미국에선 교회나 성당에서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하는 설교, 강론이 늘고 있다”면서 “종교계가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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