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느는 비방… 폭력… 디지털노마드 살벌한 ‘유목’생활
“정보화될수록 사생활침해-비인간화”
디지털 노마드라 불리는 이들은 컴퓨터 이외에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여 인터넷이 만들어 낸 가상 영토에서 유목하는 삶을 즐긴다. 이들은 주소와 땅이라는 지역적 경계에 매이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에 일어나는 전쟁에 반대하기도 하고, 세계화 반대 시위를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의 관심과 흥미를 같이 누리거나, UCC를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만난다.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한국의 인프라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2007년 주요 50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 정보화 지수에서 3위를 차지했다. 2005년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지수 중 정보기술(IT) 부문이 포함된 기술 인프라 부문에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엔에서 발표한 2005년 전자정부지수는 5위,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에서 발표한 디지털기회지수(DOI)는 총 40개국 중 1위였다. 6세 이상의 인구 중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도 10명 중 8명꼴로 거의 모든 국민이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노마드는 가상공간에서 습격을 받고 있다. 최초의 유목민이 수렵과 채집을 하면서 수많은 동물의 습격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최초의 유목민에게 자연환경이 위협이었다면, 디지털 노마드에겐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무수한 네트워크가 위협이 된다. 인터넷 사용 초기에는 해킹과 스팸 메일이 디지털 노마드를 습격했다면, 최근에는 사이버 폭력이 가장 큰 문제다. 최근 인터넷의 역기능에 대한 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욕설·비방·허위사실 유포 등 사이버 폭력’(84.3%)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다음으로 △성인 음란물 유통(83.9%) △개인정보 유출(56.2%) △도박 등 사행행위(48.1%) 순이었다.
그래서일까? 정보화에 따른 영향을 조사(2005년)한 결과 ‘생활이 편리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3.8%, ‘국민의 알 권리가 신장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60.4%나 되지만, 55.2%는 ‘사생활 침해가 늘었다’, 34.1%는 ‘소외감과 비인간화를 많이 느낀다’고 응답하여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그리 유쾌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구정화 경인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