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논리이야기/무지(無知)에 호소하는 오류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법학이:불로초는 정말 존재한다니까.

적성이: 진시황도 헛물만 켰잖아. 모두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해.

법학이: 불사조야말로 진짜 황당한 이야기야.

적성이: 불사조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자만 볼 수 있어. 네가 알 턱이 없지.

법학이와 적성이가 서로를 답답하게 느끼는 이유는 둘 다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학이와 적성이는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란 참과 거짓이 증명되지 않은 명제에 대해 편의에 따라 그 명제의 내용을 참 또는 거짓으로 주장하는 오류를 말한다. 물론 검증할 수 없거나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대상의 비존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검증의 영역을 벗어난 대상에 대해 내릴 수 있는 가장 논리적인 판단은 오히려 ‘모른다’가 된다.

무지의 영역에 기반을 둔 논증이 오류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검증 가능과 불가능의 영역 사이에 아무런 구별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를테면 ‘예쁘니까 착하다’라는 진술이 오류인 이유는 미(美)와 선(善)의 서로 다른 영역을 무분별하게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피카추가 있다’는 주장보다 ‘도깨비가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면, 이는 오직 후자를 지지하는 의견이 전자보다 좀 더 많기 때문일 뿐이다. 이처럼 주어진 사안의 진위를 검토하는 대신 단순히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경우를 군중에 호소하는 오류라고 부른다.

유사한 형태의 오류로는 전문 영역이 다른 전문가에게서 주장의 당위성을 확보하려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해 주장을 관철하려는 연민에 호소하는 오류, 또는 결론과 관련 없는 전제를 마치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논점 일탈의 오류 등이 있다. 이런 종류의 오류를 가진 논증은 모두 서로 관련 없는 전제와 결론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유관성의 오류라고 지칭된다.

일상에서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의 위험성은 근거 없는 소문이나 모함으로부터 흑색선전이나 데마고기(demagogy·선동정치가에 의한 허위선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무지의 영역에 대해 접근할 때에는 항상 각별한 주의와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임상욱 엘림에듀 CT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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