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영 박사의 신나는 책읽기]책,인생의 스승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책으로 만나는 삶의 고난과 역경… 아이는 인내를 배워요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에는 만 4세 아이들의 욕망지연능력을 실험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구자가 600여 명의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선생님이 올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한 개를 더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나중 연구자가 돌아왔을 때 먹고 싶은 욕망을 참았다 하나를 더 받은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다 먹어버린 아이들도 있었다.

그 후 20년 뒤 이 연구자는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삶을 조사했다. 그 결과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고, 대인관계도 더 좋고, 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 욕망지연능력을 길러주는 책 읽기

일반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욕망지연능력이 강하다. 우리가 해 봐서 알지만 공부란 얼마나 따분한 일인가? 세상에 공부보다 재미있는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유혹을 물리치고 공부에 열중하려면 강력한 욕망지연능력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에게 이 능력을 키워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독서다.

책읽기는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글자를 모르는 유아조차 그림책을 보며 ‘곰돌이가 수박을 혼자 먹으려고 감추었는데 어떻게 될까?’ 하며 궁금해 한다.

이때 아이들의 두뇌는 눈부시게 움직인다. 두뇌가 움직일 때 아이들은 심심할 겨를이 없다. 책 속에 푹 빠져 꼼짝할 수 없다. 이 순간 유아들에게는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욕망지연능력의 싹이 튼다.

독서는 공부와 아주 흡사한 과정을 가지고 있지만 공부보다는 재미있다.

교과서 속에는 딱딱한 지식이 들어있고 그 지식을 소화하고 외워야 하지만 독서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리고 외울 필요가 없다. 책의 말랑말랑하고 먹음직한 스토리 때문에 읽으면 그냥 외워진다.

○ 집중력을 길러주는 책 읽기

책 속에는 주인공이 있다. 아이들이 그 주인공과 함께 산으로, 들로 혹은 시장으로, 고대의 유적지로, 포탄이 터지는 전쟁터로 가서 간접경험을 하다 보면 책의 주제가 그냥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이런 책 읽기 습관은 5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한 시간 이상을 집중하고 참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독서 습관이 잡힌 아이들은 식당이나 기차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뛰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을 수 있고 교실에서 조용히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일 수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날 과자를 먹지 않고 기다린 4세 아이들은 아마도 책 읽기 습관이 들어있는 아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책 읽기

아이가 신경질을 내거나 울 때 부모가 무조건 달래면서 떠받드는 것은 좋지 않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음, 엄마 아빠의 관심과 사랑은 짜증을 내야 오는구나’라는 식으로 엉뚱한 정보를 두뇌에 입력하게 된다. 아이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입력되면 부모로서는 매우 고달픈 삶이 시작된다. 이는 나중 아이들이 성장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삐치고 토라지면서 불행의 경력을 쌓다 보면 그는 주위 사람들이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지려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일단 속상한 마음을 다스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길러준다면 아이는 그때마다 그것을 두뇌에 입력한다. 아이가 그런 삶의 기술을 배우면 이미 삶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성공의 기술 하나를 획득한 셈이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자신과 같은 아이도 있고, 형이나 누나도 있고, 엄마 아빠 같은 어른도 있다. 또 책 속에는 행복한 사람도 나오고 불행한 사람도 등장한다. 성공하는 사람도 만나고 실패하는 사람도 마주치게 된다. 때로 죽음과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강인한 사람도 만난다.

아이들이 책을 펴고 이들과 만나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 것과 같다. 그 세상이 아이들에게 문제를 던져주고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나도 아들 셋을 키우면서 아이의 성장에 대해 고민한 적이 많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실제 어려움 속으로 밀어 넣고 문제해결력을 길러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한 일은 일부러 어려운 아이들이 나오는 책을 열심히 구해다 읽히는 것이었다.

‘엄마 찾아 3만 리’ ‘엉클 톰스 캐빈’ ‘나폴리의 집 없는 아이’ ‘쌍무지개 뜨는 언덕’ ‘몽실 언니’ ‘그때 프리드리히가 거기 있었다’ ‘안네의 일기’ ‘아문젠’….

나 대신 아이들을 고생시켜 준 그 책들을 나는 지금도 고마워하고 있다.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 mynam@kred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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