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태풍에 무너지고…29년만에 들어선 방파제

  • 입력 2008년 3월 31일 06시 55분


전남 목포항에서 직선거리로 145km 떨어져 있는 국토의 서남쪽 끝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면적(9.18km²)은 그리 크지 않지만 신안군의 1004개 섬 가운데 가장 높은 독실산(639m)이 있고 섬을 뒤덮은 후박나무 등 명물이 많다.

여기에 국내 단일 항만공사 사상 완공까지 가장 오래 걸린 방파제가 추가된다.

가거도항 방파제가 1979년 착공한 지 29년 만에 우여곡절 끝에 최근 완공됐다.

방파제 480m를 비롯해 보조방파제 50m, 물양장 730m, 선양장 70m 등 부두 공사는 끝났고 연결도로 포장과 석산 복구 등 공사가 마무리되면 5월 준공된다.

삼부토건이 맡은 부두 공사에는 1325억 원의 예산과 연인원 20만 명이 투입됐다. 2003년부터 5년 동안 바다에 쏟아 부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15만2000t으로 거대한 석산 하나가 사라졌다.

방파제 하나를 쌓는 데 29년이나 걸린 것은 몇 년 주기로 찾아오는 대형 태풍과 매년 평균 50억 원에 못 미치는 ‘찔끔 예산’ 때문이었다.

최대 위기는 2000년 8월 31일 초특급 태풍 ‘프라피룬’이 불어 닥쳤을 때였다. 프라피룬은 국내 태풍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순간 최대 풍속 58.3m의 위력으로 방파제 블록(불가사리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 84m를 날려 버렸다.

1987년 태풍 ‘셀마’ 때 32t짜리 콘크리트 구조물이 어이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64t짜리로 늘렸지만 프라피룬을 당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공기가 7년이나 늘어났다.

2002년에는 태풍 ‘라마순’으로 방파제 일부가 유실되면서 30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목포지방해양항만청은 국내 최초로 개당 무게가 108t인 직육면체 블록인 큐브블록 공법을 도입해 방파제 맨 앞쪽 50m에 설치했다. 이 공법은 9m 높이의 파도를 견딜 수 있다.

이연우(47) 삼부토건 현장소장은 “초대형 태풍이 지나는 길목이어서 더욱 튼튼하게 방파제를 쌓았다”며 “섬 주민과 동고동락했는데 다음 달 공사를 마치고 떠나려니 서운한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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