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비판적으로 생각하기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모순(矛盾· Contradictories)

법학이: 요즘 정치인들 뽑을 사람이 없어. 어찌 하 나 같이 다 그 모양이니?

적성이: 네 말이 맞아. 그래서 나도 요즘 꼭 투표를 해 야 하나 고민 중이야. 그래도 ○○○ 의 원은 괜찮지 않니?

법학이: 그렇지, 그 양반은 유일한 시대의 양심이지.

적성이: 맞아! 그런데 지역구가 다르니 그 양반을 어떻게 뽑아야 하나?

위 대화에는 치명적인 논리적 오류가 숨어 있다. 양자는 논리적 ‘모순’을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순이란 ‘어느 두 명제가 서로를 부정하면서 양자가 동시에 참이거나 거짓일 수 없을 때를 지칭’하는 논리 규칙이다. 법학이와 적성이가 모순을 범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법학이와 적성이는 모순 개념의 전반부인 ‘어느 두 명제가 서로를 부정’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먼저 ‘어느 두 명제’란 예를 들어, ‘모든 정치인은 사기꾼이다’, ‘어떤 정치인도 사기꾼이 아니다’, ‘어떤 정치인은 사기꾼이다’, 그리고 ‘어떤 정치인은 사기꾼이 아니다’ 중의 어떤 명제를 의미한다. 서양의 논리학자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명제를 이렇게 네 가지 표준 형식으로 분류하여, 이를 각각 A, E, I, O 명제라 지칭했다.

다음으로, ‘서로를 부정’한다는 것은 명제가 가진 소위 ‘양’과 ‘질’을 부정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양은 전부를 지칭하는가 혹은 일부만을 지칭하는가에 대한 것이고, 질이란 그 양이 긍정되는가 아니면 부정되는가를 따지는 부분이다. 즉 ‘모든’의 양적인 부정은 ‘어떤’이고, ‘∼이다’의 질적인 부정은 ‘∼이 아니다’가 된다. 따라서 법학이가 의미상 ‘모든 정치인은 사기꾼이다’라고 말한 것이라면, 이 명제의 모순은 ‘어떤 정치인은 사기꾼이 아니다’가 되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종류의 A 명제(혹은 역시 전칭인 E 명제)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A 명제의 사용에 몹시 유의해야 한다. 그 이유는 A 명제의 남용은 곧 일상의 사태를 너무 단순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이며, 결국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함으로 해서 발생한 손실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법학이가 최소한 ‘대부분의 정치인은 사기꾼이다’라는 명제로 대화를 시작했다면, 이어지는 대화에서 모순이 발생하는 상황은 자연스레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임상욱 엘림에듀 CT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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