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나는 오랑캐가 그립다’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국경없는 다언어-다문화의 오랑캐 정신

세계화시대의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변두리 국가인 한국의 21세기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세계화 시대에 ‘열린 개인’과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은 ‘오랑캐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오랑캐 정신은 개인으로 봐서는 스스로 당당하고 세계를 향해서는 열린 삶을 디자인하는 자기 혁명의 정신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오랑캐 정신을 통한 우리나라의 생존전략을 배운다. 책의 다음 내용을 논술과 관련지어 생각해 보자.

(가) 승리에 도취된 대원군은 승전비를 세웠다. “서양의 오랑캐가 쳐들어와 우리를 범했음에도 싸우지 않겠다던 이는 화해하자는 말이다. 그러나 화해를 주장하는 것은 바로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임을 자손만대가 경계하노라. 병인년에 글을 지어 신미년에 세우노라.” 묵중한 화강암의 척화비다. ‘척(斥)’이란 도끼에 날이 서 있음을 나타내는 글자니, 척화(斥和)란 ‘화해를 도끼날로 끊어버리겠다!’는 의미가 된다. ‘반대한다’ 정도가 아니라 날 선 도끼로 화해의 싹조차 깨끗이 끊어버리겠다는 단호함이다. (20쪽)

(나) 오늘날 민족주의자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영어 보급의 강화를 더욱 주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어는 세계인의 의사 소통 도구이고, 영어의 정보야말로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가치 있는 도구라는 점 때문이다. 한자와 언문의 동시 사용, 한글과 영어의 동시 사용, 둘 다 똑같이 전통의 계승과 실용적 활용이라는 문제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세종대왕에게 다시 한 번 지혜를 빌려 쓰자. (112쪽)

위 글은 서로 상반된 내용을 드러낸다. (가)는 쇄국정책을, (나)는 개방정책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가)는 대원군이 ‘서양 오랑캐’와의 교류를 단호히 반대한 척화비 내용이다. (나)는 한글을 중심으로, 한자와 영어를 공용화하자는 내용의 글이다. 우리는 여기서 오늘날 세계화 시대를 헤쳐 나갈 역사적 교훈을 얻는다.

이를 바탕으로 논술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그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의 내용을 통해 당시 대원군의 정책을 오늘날의 상황과 관련지어 비판하시오’란 문제를 생각해 보자. 당시 대원군이 처한 상황과 오늘날은 공통점이 있다. 서양 강대국으로부터 개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찍 나라를 개방해 강대국이 된 일본의 사례를 볼 때,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변화의 시대에 척화비는 어울리지 않는다. ‘서양은 물질, 동양은 정신’이라는 고정된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 서양의 자유와 평등, 공평함과 투명성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② ‘(나)의 관점에서 21세기에 우리가 나갈 방향에 대해 세종대왕의 지혜를 참고하여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보자. 용비어천가 등에서 세종대왕은 주요 어휘는 한자를 쓰고 토속어나 토씨는 한글을 썼다. 그러나 노랫말을 배치할 때는 먼저 한글을 크게 쓰고 뒤에 한문 문장을 작게 썼다. 즉 폰트(font)를 조절하는 방식을 통해 한글이 주인이고 한자가 손님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볼 때, 오늘날 우리는 한글을 중심으로 해 한문과 영어를 적극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좋을 것이다.

오랑캐 정신은 다(多)언어, 다문화를 바탕으로 한다. 급격한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랑캐는 변방을 넘나드는 실용적이며 국제화된 무리다. 오랑캐 정신은 우리 삶의 뉴 패러다임이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오랑캐란 이름은 비난이 아니라 찬사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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