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간통,법적 논쟁만이 해결책인가?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간통죄 “합헌-위헌” 끝없는 평행선

법리논쟁 넘어선 현실적 해답 없을까

최근 모 연예인의 간통죄 위헌 제청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또다시 간통죄 존폐 논쟁이 우리 사회의 이슈로 등장했다.

간통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성행위를 하는 것이다. 유교사회이던 조선시대에는 간통에 대하여 처벌하는 법이 존재했고, 갑오경장 이후 제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형법인 형법대전(1905년)에도 간통을 처벌하는 규정을 둔 바 있다. 광복 후 신형법을 제정할 때 간통죄 존폐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는데, 남녀를 동등하게 처벌하는 간통죄 규정을 마련한 정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112명 중 57명의 찬성을 얻어 가까스로 과반수로 통과됨으로써 현재와 같은 간통 처벌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표 차이로 통과된 간통죄가 현재까지 오면서 수많은 논쟁과 사연을 만들어 내고 있다. 먼저 교과서를 들여다보자.

성범죄는 건전한 성풍속 또는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다. 성(性)은 인간에게 자기보호 본능과 종족 보존 본능을 충족시켜 준다. 인간의 성에는 생물학적 측면은 물론 가치적, 윤리적 차원에서 상호 조화시킬 수 있는 인격적 측면이 있다. 따라서 성욕은 의도적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의 생물학적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자칫 인간으로서의 인격과 가정생활, 사회생활에 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 개인의 성적 자유 또는 애정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겠지만, 성을 매개로 한 결과가 여성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규제되어야 한다.

[고등학교 법과사회 교과서·교학사]

과연 간통은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영역인가? 간통죄 존폐 논쟁에는 여러 쟁점이 존재한다. 이번에는 간통죄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간통에 대한 법의 개입은 정당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 보편적 인식

특정한 인간행위에 대하여 그것이 불법이며 범죄라는 이유로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해 규제할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도덕률에 맡길 것인가? 이 문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가 맺는 상호관계를 함수로 하여 시간과 공간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사회의 시대적 상황이나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간통죄 유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70%, 폐지 의견이 20%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다른 조사에서도 대다수가 간통죄 유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간통행위는 국가사회의 기초가 되는 가정의 화합을 파괴함은 물론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인 외 자녀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적 해악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가정화합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간통행위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간통죄 규정은 건전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부부 쌍방의 ‘성적 성실’이라는 의무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간통죄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하는 법률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는 헌법을 1차원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오히려 ‘개인의 존엄과 양성 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국가가 유지하고 보장하기 위해서도 간통죄 규정이 필요하다.

○ 또 다른 생각은?

그러나 반대의 관점도 있다.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의 성행위는 애정이 전제된 관계라면 인간 내면과 본능의 자연스러운 발현으로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이를 막는 것도 불가능하고 선뜻 공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견해이다.

간통죄 규정은 혼외의 성행위까지 국가권력이 개입하여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강제력은 자제될수록 좋다. 사회의 기본적인 원칙을 유지해 나가는 정도로 국한해야 한다.

자유를 통제하면 일단 그 효과는 눈에 쉽게 보인다. 그래서 권력은 되도록이면 개인의 자유에 개입하고 자유를 통제하려는 속성을 갖는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란 함부로 제약되었을 때 그것이 주는 손실을 아무도 측정할 수 없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이 해방되면서 사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온 역사적 사례들을 돌이켜 보라. 국가권력은 자유에 대한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법이 이불 안까지 들어갈 수는 없다.

○ 자, 이런 생각은 어떨까?

위의 두 견해와 다른 접근도 있다. 간통이 위헌이냐 합헌이냐는 논의는 법률적·헌법적 판단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간통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면 간통이 정당화되고 나아가 자연스러운 행위가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간통이 나쁜 행위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간통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간통을 최소화할 사회적·문화적 제도의 보완은 필요하다. 반대로 간통에 대한 합헌 결정이 난다면 실효성 없는 현재의 법에 대한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사안의 핵심은 간통은 나쁜 행위이고 따라서 간통을 줄이려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간통죄 합헌 결정이 날 경우 법 개정을 통해 실효성을 높이는 작업은 특히나 중요하다. 간통죄 형량은 2년 이하의 징역이고 벌금형이 없다. 또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가 시작되고, 배우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더는 수사할 수 없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상당수의 고소 취하가 있는 것이 현실이고, 판결까지 가더라도 피해를 본 배우자의 승소율이 5% 남짓이다. 간통한 배우자는 대부분 불구속 재판에 집행유예를 받고 있다.

과연 이런 현실에서 간통이 예방될 수 있을까? 실효성이 없는 형벌보다는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상 제재를 강화하는 게 더 현실적인 건 아닐까?

남경석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간통죄 위헌 제청 결정문 등 간통죄에 관한 더 많은 읽을거리는 이지논술 홈페이지(easynonsul.com)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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