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따른 교수평가’ 대학가 본격 확산

  • 입력 2008년 3월 4일 02시 59분


KAIST 이어 연세대 교수들도 재계약 대거 탈락

“철밥통 교수로는 대학 경쟁력 높일 수 없다”

국제화 바람속 ‘세계 대학순위 바닥’ 위기감

고려대 - 한양대 등도 잇달아 심사기준 강화

KAIST와 연세대 등이 연구 업적이 부실한 교수들을 재계약에서 탈락시키자 교수 사회에 “연구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는 대학들이 웬만하면 계약을 갱신하거나 정년을 보장하던 관행을 깨는 것이어서 다른 대학들도 교수의 연구실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강도 높은 교수 평가=지난해 KAIST가 교수 정년 심사에서 교수들을 대거 탈락시킨 것을 계기로 교수 평가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교수 평가를 일찍 도입한 한양대는 지난해 7차 승급·승진 규정 개편을 통해 정년이 보장된 정교수들도 업적 심사를 받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상당수 대학이 조교수에서 부교수, 다시 정교수로 승진하기 위한 승진 심사 기한을 4∼6년으로 단축하고, 탈락했을 경우 구제 기회도 줄이는 추세다.

고려대는 2005년을 전후해 단과대별로 승진·승급 심사 유예 기한을 줄이고, 국제 논문 게재 편수를 늘리는 등 조건을 강화했다.

연세대도 내년부터 강화된 업적 평가 기준을 교수들에게 적용하고 이 결과를 승급이나 보수 등에 연동할 방침이다.

서강대 성균관대 등 주요 사립대들도 재계약 또는 승진·승급 심사 기준을 만들 때 △국제 저명 학술지에 일정 편수 이상의 논문 게재 △세계적인 파급력이 있는 논문 발표 △세계 유수 학술대회에 몇 번 이상 참가 △논문 피인용 횟수 증가 등 세부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들은 대부분 최근 1, 2년 사이에 정년 보장 교수에 대한 업적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에 이 기준이 적용되는 2010년 무렵에는 무더기 재계약 탈락이나 승진 누락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수 평가 왜 강화하나=가장 큰 변화는 대학들이 ‘평가 순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는 점이다.

국제화 바람 속에 영국 ‘더 타임스’ 등 유수 기관들이 발표하는 세계 대학 평가 순위에서 국내 상위권 대학들이 바닥을 맴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등수 경쟁을 의식하게 됐다.

실제 대학 평가 결과는 우수한 신입생 및 교원 유치와 직결되고 외부 투자를 받는 데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 평가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평가 지표가 바로 교수들의 교육 및 연구 능력이기 때문에 대학은 교수들이 경쟁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있다.

젊은 교수나 비정년 트랙 교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를 소홀히 하는 정년 보장 교수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려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유기풍 서강대 공대 학장은 “유학생과 교환교수로 외국 대학에 몸담아 봤지만 우리 교수 사회처럼 경쟁이 덜한 곳은 없다”면서 “우리 대학도 업적에 상응해 대우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학이 교수 강의평가 실명 공개 등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것도 다른 대학들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KAIST가 테뉴어(정년 보장) 심사에서 신청 교수들을 무더기로 탈락시키면서 ‘교수직=철밥통’이라는 빈축을 살 정도로 대학이 경쟁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점이 대학가의 화두로 떠오른 것.

동국대도 최근 교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또 대학들이 5∼7년마다 국내외에 연수를 보내주는 안식년 제도도 업적 평가와 연계해 허용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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