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한국전쟁 진짜 원인-책임은?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3분


‘6·25전쟁’…‘침묵의 전쟁’은 언제 끝날까?

○ 생각의 시작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나라는 ‘6·25전쟁’이라는 큰 시련을 경험하였다. 전쟁의 배경과 책임, 성격에 대한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구조를 통해 드러난 적도 있었다.

교과서에서는 6·25전쟁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독립 운동 때부터 있었던 좌·우파 간의 이념대립이 광복 이후에도 지속되어 내부적 통일을 이루어 내지 못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북한의 야욕으로 인한 남침이 전쟁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분명 맞는 말이다. 북한의 남침이 진실이라는 것도 이미 공개되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이승만 정권이 북침을 했다던 브루스 커밍스가 또 다른 저서 ‘Korea's Place in the Sun A MODERN HISTORY’에서는 시각을 바로잡았다.

남한이 38도선을 넘어 전면 공격을 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북한 측이 공격했으며, 늦어도 (1950년 6월 25일) 오전 6시에는 38도선 전역을 공격했다. 남한이 해주를 빼앗을 목적으로 옹진에서 전투를 개시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남한이 6월 25일에 북한을 전면적으로 침략할 의도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 의문 하나

6·25전쟁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통일국가를 건설할 수는 없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이는 “누가 6·25전쟁을 시작했는가?”라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의 선상에서 한발 물러나 미래 지향적인 통일국가 건설을 위한 발전 방향을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다.

○ 이런 생각은?

6·25전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각을 좀 더 좁혀 보자. △지식인들의 전략적 미숙과 △통일국가 건설이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은 어느 것이라도 상관없다는 ‘목적과 수단의 전도’라는 큰 틀에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근거는 이렇다. ①미국이나 소련 모두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사실을 당시 좌·우파 지식인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이를 방관한 점 ②지식인들이 미국과 소련에 의해 설립된 두 체제(남한과 북한)를 안정시키기 위한 국가관리인의 역할을 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통일국가 수립을 위한 투쟁에 추진력을 행사한 점(지식인들의 모순된 이중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미-소의 의도와 달리 남북한 지도부는 통일국가 건설을 이루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국가 내 분쟁을 가속화시켰다. 이로 인해 국가 내 분쟁이 국제전(國際戰)화되었고 결국 분단체제를 고착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강대국에는 ‘계륵’ 같은 존재였을지 모르지만, 우리 지도자들의 넘치는 의욕이 결과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건 아닐까? 교과서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글이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남과 북에 들어선 두 정부는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계속해서 통일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남북 정부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심해져 갔다. 서로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였으며, 당장이라도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금성출판사]

지난해에 우리 민족은 전국적 통일과 완전한 자주 독립 국가를 쟁취하지는 못하였지만, 그러나 머지않은 장래에 전국적 통일과 완전 자주 독립 국가를 쟁취할 수 있는 기초와 조건들을 갖추어 놓았다.… 전체 조선 인민은 우리 중앙 정부 주위에 일층 굳게 뭉치어 공화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국토의 완정(完征)과 자주 독립 국가 건설을 위한 거족적 투쟁에 총궐기하자.

[김일성, 1949년 신년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금성출판사]

한국은 한 몸뚱이가 양단된 셈이다. 한국은 앞으로 장기간 남북 분열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전쟁으로서 이 사태를 해결하여야 할 때는 필요한 모든 전투는 우리가 행할 것이다.… 이 ‘대사상 냉정 전쟁(大思想冷靜戰爭)’에서 우리는 공산주의를 저지하기 위해 위한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이승만, 1949년 10월 기자회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금성출판사]

북한의 남침 야욕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음의 자료(주미 대만 대사인 웰링턴 쿠의 보고서)를 보면 남한에서도 지도자들이 ‘무력을 통해서라도 통일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없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북진을 간절히 원하는 쪽은 바로 남한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잘 훈련된 10만 명의 군대가 있었기에 그들은 맹렬한 투지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남한의 어떠한 도발도 억제하려고 몹시 애를 태웠으며, 굿펠로우가 최근 남한에 간 것도 바로 그 일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굿펠로우는 미국 정부의 방침은 이렇다고 말했다. 즉 남한 측이 북한에 대한 어떠한 선제공격도 하지 못하게 하되, 만약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면 남한은 저항하면서 북한으로 곧바로 진격할 것이고 그 결과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 공격을 한 것은 북한이기에 미국인들은 사정을 이해할 것이다.

○ 미래 발전을 위해 이런 생각은?

강대국들이 6·25전쟁을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불완전한 전쟁’으로 끝맺은 이유는 뭘까? 위험을 감수해 가며 한반도 전체를 자신들의 완전한 영향권 아래에 둘 만큼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도가 크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상대편의 독점적 영향권 아래 두기에는 한반도가 갖게 될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가진 아이러니이다. 결국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탄생하려면 남북한 지도자가 통일국가 건설을 위해 품었던 목적과 수단이 왜곡되지 않으면서도, 6·25전쟁에 참전했던 중심(core)국가들의 정치적 욕망도 충족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6·25전쟁은 어쩌면 아직도 한반도에서 진행 중인지 모른다.

강태홍 청솔학원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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