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인문계열 논술 논제해설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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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참고 자료용 제시문… 색다른 유형 첫선

■문항 1

《이제까지의 서울대 논술 문제와 비교했을 때, 문항 1은 한 가지 커다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가), (나), (다) 세 제시문을 그다지 꼼꼼하고 세밀하게 독해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제까지의 논술은 대부분 ‘독해 논술’이라고 할 정도로 제시문 독해가 중요했습니다. 독해가 안 되면 논증을 할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가), (나), (다)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시문을 논증에 직접 활용하기보다 논증을 위한 참고 자료 혹은 기초 자료 정도로 쓸 수 있는 것이지요. 서울대가 이런 유형의 문제를 출제한 것이 새로운 논술 유형을 선보이겠다는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문항 1은 이제까지의 논술 유형과 다소 다릅니다.》

○ 논제1

논제 1은 두 개의 소문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소문항은 도표 1과 2의 등장인물이 각각 31명과 5명으로 큰 차이가 나는데, 그러한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라는 것입니다. ‘장본인’을 기준으로 볼 때, 도표 1에는 부계 혈통과 모계 혈통이 모두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도표 2에는 부계 혈통만 나와 있을 뿐, 모계 혈통은 제대로 표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장본인을 기준으로 어머니와 외조부만 표기되어 있을 뿐, 외조모는 아예 알 수 없고, 외증조부 이상도 알 수 없습니다. 즉 두 도표상의 구성원 수에 차이가 있는 것은 모계 혈통의 구성원이 일부만 표기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남성 중심적인 가족문화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두 번째 소문항은 두 족보가 작성 목적에서 차이가 있고, 그러한 차이가 두 족보 안에도 반영되어 있는데, 그 차이가 무엇인지 서술하라는 것입니다. 족보는 한 집안의 가계도로 개인의 뿌리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도표 1과 도표 2는 목적이 일치하지만, 중대한 차이가 있지요. 앞서 설명했듯, 도표 1은 부계와 모계의 혈통 모두를 보여주는 데 반해, 도표 2는 부계 혈통주의에 입각해 부계 혈통만 나와 있습니다. 이는 세 가지 근거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첫째, 도표 2는 여성을 남성의 가계 안으로 흡수시켜 표기하고 있습니다. 부계와 모계가 동등한 위상으로 표기되어 있는 도표 1과 다른 점이지요. 둘째, 도표 2에는 생몰연도(태어나고 죽은 해), 묘 위치 등이 표기되어 있는데요, 이는 제사를 지내기 위한 것입니다. 문제는 부계 혈통과 달리, 모계 혈통은 일부 구성원만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부계 혈통과 달리, 모계 혈통에 대해서는 일부만 조상으로 모실 수 있고,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셋째, 부계 혈통에 대해서는 관직까지 알 수 있지만, 모계 혈통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 개인이 얼마나 뼈대 있는 집안의 자손인지 알려면 부계 혈통만 확인하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 논제2

동성동본금혼규정의 불합리함을 두 도표를 활용해서 밝히라는 논제입니다. 제시문 (나)는 양성평등의 헌법정신에 비추어 볼 때 동성동본금혼규정이 옳지 않다고 하는데, 이 외에 혈통 계승의 측면에서도 동성동본금혼규정이 불합리함을 논하라는 것이지요.

동성동본은 부계의 ‘성’과 부계의 ‘본’을 기준으로 하는 것입니다. 즉 동성동본은 모계 혈통은 배제한 채 부계 혈통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혈통은 부계와 모계 모두로부터 계승되는 것인데, 동성동본이라는 것은 부계 혈통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규정입니다.

나아가 이렇게 볼 때, 모계 혈통으로 보면 관계가 가깝지만 부계 혈통으로 보면 먼 경우도 있고, 반대로 부계 혈통으로 보면 가깝지만 모계 혈통으로 보면 관계가 먼 경우도 성립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도 애초에 근친혼의 도덕적·생물학적 문제점을 근거로 한 동성동본금혼규정은 실제로는 그 존재 근거에 위배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 셈입니다.

○ 논제3

논제 1과 2의 내용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성(姓) 표시 방법을 서술하라는 논제입니다. 현재 우리의 성은 부계만을 반영한 것이고, 모계의 성은 배제되어 있습니다. 양성평등의 헌법정신과 혈통 계승의 측면에서 성을 표시하는 방법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혈통을 모두 표시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 두 성을 모두 이름에 넣는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부모의 성을 모두 이름에 표시한 부부가 자녀를 낳았을 때, 그 자녀의 성은 어떻게 표시할 수 있을까요. 이럴 때에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합니다.

첫째,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성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즉 아버지가 김박○○, 어머니가 최이○○라고 할 때, 자녀는 아버지의 두 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어머니의 두 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형제간에 성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는 새로운 문제가 일어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씨 중에서 서로 다른 성을 선택해서 조합할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족 간에 정서적 단절감이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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