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세종실록 등 놓고 종합사고력 평가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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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개교하는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 예비시험이 26일 서울 중구 신당동 한양공고에서 실시된 가운데 시험을 마친 응시자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09년 개교하는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 예비시험이 26일 서울 중구 신당동 한양공고에서 실시된 가운데 시험을 마친 응시자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법학적성시험 예비시험 출제 경향

2009년 3월 개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 예비시험이 기존에 공개된 예시문항보다는 쉬웠지만, 높은 수준의 독해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6일 서울 중구 신당동 한양공고에서 응시 대상 1000명 가운데 691명(69.1%)이 참석한 가운데 LEET 예비시험을 실시했다.

평가원은 지난달 28일까지 3131명의 원서를 받아 법학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각각 500명씩 응시 대상으로 선발했다.

평가원은 이번 예비시험 결과를 분석해 LEET의 난도와 시험 시간, 문제 유형을 재점검한 뒤 6월 시험 공고를 내고 8월 본시험을 치를 방침이다.

기존 예시문항은 영역별로 5∼19문항만 공개됐지만 이번 시험에선 언어이해 40문항, 추리논증 40문항, 논술 3문항이 모두 공개됐다.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영역은 5지선다형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출제됐다. 행정고시에 적용되는 공직적성평가(PSAT)보다 1.5∼2배가량 긴 지문이 나왔고, 출제 분야도 더 다양했다. 논술은 3, 4개의 지문을 읽고 평가하거나 비판하는 자료 제시형으로 출제됐다.

로스쿨 준비생 정모(31) 씨는 “이전에 풀어 본 예시문항보다는 쉬웠지만 지문이 길고 인문사회과학이나 문학 분야에서 여러 번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 정해진 시간 내에 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90분간 치러진 언어이해 영역에선 인문, 사회, 과학·기술, 문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문을 통해 어휘력과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나왔다. 사회학 및 법학 관련 지문의 비중이 높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정한숙의 ‘전황당인보기’, 사회학자 C 라이트 밀스의 ‘사회학적 상상력’,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 등이 지문으로 출제됐다. 이 밖에 철학자 호르크하이머의 ‘도구적 이성’, 막스 베버의 서구 근대법 이론, 전자태그(RFID) 기술의 도입,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등을 다룬 지문도 나왔다.

120분간 치러진 추리논증 영역에선 수리 추리의 비중이 예시문항에 비해 다소 줄었고 논증과 사회과학 지문이 늘어났다. 언어 추리는 3단 논법과 가설, 수리 추리는 경우의 수에 관한 문제 등이 출제됐다.

논술은 150분간 350∼450자, 600∼800자, 1200∼1500자를 작성하는 문제가 나왔다. 법치주의와 왕도정치를 비교하고, 과학의 연역적 추론을 비판하며, 지도자의 지혜와 민중의 지혜를 비교해 배심원 제도를 평가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로스쿨입시 전문기관인 서울로스쿨 강신창 본부장은 “8월에 실시되는 본시험에서는 다소 난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폭넓은 독서를 통해 사고력을 키우고 각종 시사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시험 문제는 LEET 홈페이지(www.leet.or.kr)에서 볼 수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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