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로 논술 잡기]언어영역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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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내용과 표현의 자유 한계는? 사회적인 규제 정당할까?

■주제: 예술작품에 대한 사회적 규제는 정당한가?

글 싣는 순서(언어)
1언어와 매체 특성
2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
3세계화와 우리
4부조리한 현실과 대응
5물질적 조건과 삶
6삶은 허무한가?
7사랑과 삶
8빠름과 느림
9가족을 말한다
10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
11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 환경
12희생, 사랑, 순종은여성의 미덕인가?
13욕망은 더러운 것인가?
14대학과 학문
15지식인의 사명과 역할
16노동은 천한 것인가?
17애국주의의 명암
18가난, 숙명? 자업자득?
19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20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민주주의
21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
22자연 친화, 도피? 은인자중?삶의 본연의 모습?
23영원한 소외지대, 농촌
24예술작품에 대한 사회적 규제는 정당한가?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1972년 12월 20일에 판결공판이 열렸는데 서울형사지법 ○○○ 판사는 “김지하 피고인의 담시 ‘오적(五賊)’을 ‘사상계’ 등에 게재한 것은 특권층의 부정부패를 응징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피고인들이 주장하고 있으나 그 빙자의 도가 너무 지나쳐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담시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이며, 이로 인해 계급의식을 조성, 북한의 선전 자료에 이용되었으므로 유죄로 인정,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할 것이나 피고인들의 정상을 참작,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이적 혐의가 적용된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김지하 시인 ‘오적’ 시 사건 판결, 1972년 12월 9일]

시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 이야길 하나 쓰겄다.

(중략)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것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 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 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쪽

남북간에 오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꼬딱지 다닥 그 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만하고 목질기기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오적의 소굴이렷다.

(하략)[김지하, ‘오적’·고교 문학 교과서]

(나)

【재판전문】

1995.6.16. 94도2413 음란한 문서 제조, 음란한 문서 판매

【피 고 인】 마광수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형법 제243조의 음화 등의 반포 등 죄 및 같은 법 제244조의 음화 등의 제조 등 죄에 규정한 음란한 문서라 함은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할 것이고, 문서의 음란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당해 문서의 성에 관한 노골적이고 상세한 묘사·서술의 정도와 그 수법, 묘사·서술이 문서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문서에 표현된 사상 등과 묘사·서술과의 관련성, 문서의 구성이나 전개 또는 예술성· 사상성 등에 의한 성적 자극의 완화의 정도, 이들의 관점으로부터 당해 문서를 전체로서 보았을 때 주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우는 것으로 인정되느냐 여부 등의 여러 점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들의 사정을 종합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것이 공연히 성욕을 흥분 또는 자극시키고 또한 보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이 사건 소설 ‘즐거운 사라’는 미대생인 여주인공 ‘사라’가 성에 대한 학습요구의 실천이라는 이름 아래 벌이는 자유분방하고 괴벽스러운 성행위 묘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략)… 정상적인 성적 정서와 선량한 사회풍속을 침해하고 타락시키는 정도의 음란물까지 허용될 수는 없는 것이어서 그 한계는 분명하게 그어져야 하고 오늘날 개방된 추세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소설은 그 한계를 벗어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은 그 제22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그 제21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각 규정하고 있어 예술의 영역에 속하는 문학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으나, 한편 그 제21조 제4항에 ‘언론·출판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 제37조 제2항에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각 규정하고 있으므로 문학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도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에 따라 우리 형법에서는 건전한 성적 풍속 내지 성도덕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 제243조에서 음란한 문서를 판매한 자를, 그리고 그 제244조에서 음란한 문서를 제조한 자를 각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문학작품이라고 하여 무한정의 표현의 자유를 누려 어떠한 성적표현도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고 그것이 건전한 성적 풍속이나 성도덕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위 각 형법규정에 의하여 이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 교과서 학습활동

<가>, <나>에서 추출할 수 있는 공통적인 쟁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오.

▨ 학습활동 해설

<가>, <나>는 모두 예술 작품의 내용을 사회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 나타나 있다. <가>는 한국 유신 정권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오적’이라는 시를 발표한 시인이 권력의 탄압을 받은 사례이다. <나>는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이 사회의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한다하여 작가가 사법적으로 처벌 받은 재판기록이다.

<가>, <나>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는 공통 쟁점은 ‘예술 표현의 자유를 사회적 상황과 통념에 따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가?’ 혹은 ‘예술은 사회적 가치와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운가?’이다.

▨ 논제

<나>를 참고하여, 윤리적인 이유로 예술 작품의 내용을 사회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정당한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 논제 해설

‘예술은 사회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운가?’라는 문제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대표적인 논점이다. 흔히 표현의 자유는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예술의 내용과 무관하게 무제한적으로 자유를 보장하여야 하는지 -예컨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가치를 왜곡할 수 있는 내용 등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는 항상 허용되어야 하는지, 만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경우가 있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그리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논제는 아니다.

다들 표현의 자유는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그 한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생각을 바탕으로 의견을 논술해야 한다. 물론 일방적인 관점에서 극단적인 주장을 전개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주장이 지닌 정당성을 주장하되 그 주장이 지닐 수 있는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그보다는 자신의 주장이 더욱 타당하다는 식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무난하다.

☞ 예시답안과 읽기자료는 이지논술 홈페이지(easynonsul.com)에 있습니다.

전문규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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